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다가오는 4·10 총선에서 새로 선출될 국회의원들이 역대 최악의 국회였다는 평가를 받는 21대 국회보다 더 나은 의정활동을 할 수 있을까. 지난 국회는 막말과 무능과 저질의 국회상을 보여준 대표적 저급국회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야 간 총선후보 공천작업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기류는 친윤과 친명 계열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친윤이라면 한마디로 대통령의 사람들이라고 할 수가 있고 친명은 말 그대로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해 호위무사로 나설 사람들을 지칭한다. 이런 흐름에서 ‘공천 물갈이’라는 명분은 21대와 같이 극한적 대립과 격돌에 대비한 ‘정치 홍위병’ 모집에 불과해 보인다. 공천 물갈이가 100% 이뤄진다 한들 원내 상황이 21대 국회 모습에서 바뀔 리가 없어 보이고 친윤·친명계로 원구성이 된 국회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가 있을까 하는 걱정을 지울 수가 없다.

21대 여야초선 의원들이 지난 3년여 동안 행한 정치활동을 보면 ‘이것이다’하고 내세울 정책 입안이나 민생문제 해결 등 국민의 생활과 관련한 정치적 역량을 보여준 의원은 손에 꼽을 만큼 드물다. 이들 대부분은 차기 공천을 염두에 두고 친윤·친명 지도부 인사에게 줄을 대기에 바빴고 그 결과 국민의힘에선 이준석 당 대표의 축출과정과 김기현 대표 파동 때 보여준 ‘연판장 돌리기’ 등에서 보여준 ‘떼거리 행동’은 민주당의 ‘개딸’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이들을 특징할 수 있는 모습은 변변하게 옳은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당 지도부 눈치만 보는 무력한 존재들로 비춰졌다. 민주당에선 국민의힘과는 달리 ‘처럼회’로 대표되는 일부 초선의원들이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을 업고 이재명 대표의 묵인 또는 지원 속에서 당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강경 노선을 주도해 왔다. 이런 강경 노선은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노무현 정부 때 열린우리당의 재선의원이 “초선들 군기를 잡아야겠다”고 하자 “군기 잡겠다는 사람의 귀를 물어뜯어 버리겠다”고 말한 초선 의원의 발언이 있은 후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다선의원들의 권위는 아예 사라져 버린 듯하다. 17대 국회때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용돌이 영향으로 반(反)한나라당 정서가 휩쓸면서 열린우리당에서 108명의 초선 의원이 배지를 달았다. 이들은 권력에 취해 좌충우돌하는 바람에 ‘탄돌이’ ‘백팔번뇌’ 같은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저급정치가 사실상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21대 국회는 여당의 경우 초선의원들은 친윤라인에 줄 대기에 바쁜 존재감 없는 ‘래밍류’에 불과하고 민주당 초선들은 ‘개딸’과 같은 강성에다 이재명 대표의 방탄국회를 위한 호가호위(狐假虎威)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다. 현재 양당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천 흐름은 여권에선 용산 출신 인사들이 줄지어 여권 텃밭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다. 민주당 쪽은 비명계 의원들이 공천 탈락에 떨고 있는 반면 친명계는 뇌물이나 선거개입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공천 적합 판정을 받고 있다. 이번 총선공천은 사실상 ‘친윤후보’대 ‘친명후보’ 간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천 물갈이’를 해본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것이 대체적 여론이다. 이런 인적 구성이 이뤄지면 22대 국회도 21대 국회의 판박이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으며 여야의 정치적 극한대립과 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양극화 정치를 없애기 위해선 제3지대 신당이 성공을 거두는 길뿐이다. 투표일이 가까이 올수록 협치가 없는 상극 간인 여야를 싫어하는 중도층의 기대가 한층 부풀어 오르는 것도 이런 영향이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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