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제11민사단독 김희동 부장판사는 계엄포고에 따라 계엄사령부 지휘 아래 별도의 체포·구속영장 없이 검거돼 삼청교육대에서 순화교육을 받다 가혹행위를 당한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억5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면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1980년 8월 21일 대구 북부경찰서에 구금된 뒤 9월 5일부터 10월 4일까지 제1179부대(삼청교육대)에서 순화교육을 받았고, 동해안경비사령부 근로봉사대에 배치돼 강제노역을 하다 1981년 1월 16일 제2사단으로 이감된 데 이어 청송 제1보호감호소와 제2보호감호소를 거쳐 1983년 4월 28일 출소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2년 7월 20일 A씨가 삼청교육을 받았음이 규명됐다는 내용의 진실규명 결정을 해 통보했다. 앞서 A씨는 2004년 11월 18일 삼청교육피해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장애보상(상이자)금으로 1110여만 원을 받았다.

법원은 당시 계엄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그 내용도 신체의 자유, 거주ㆍ이전의 자유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며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해제 또는 실효되기 이전부터 이미 유신헌법, 현행 헌법, 구 계엄법에 위배돼 무효라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원고 A씨는 계엄포고에 따라 영장 없이 체포·구금돼 삼청교육대에서 순화교육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하는 등으로 신체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당했다”며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그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1980년 7월 29일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는 사회악일소 및 순화교육을 명분으로 삼청계획 5호를 입안했고, 그해 8월 4일 구 계엄법에서 정한 계엄사령관의 조치로 계엄포고 제13호가 발령됐다. 계엄포고에 따라 계엄사령부 지휘 아래 군·경이 별도의 체포·구속영장 없이 6만여 명의 대상자를 붙잡아 4만여 명을 군부대에 설치된 삼청교육대에 수용해 순화교육, 근로봉사, 보호감호를 시행했다. 이 와중에 다수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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