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ASML의 나라 네덜란드. ASML 노광장비 없이는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다.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황제 지위를 누리고 있다. 미·중 반도체 갈등의 중심에 서 있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말 재벌 회장들과 네덜란드로 급히 달려가 손을 잡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최근 들어 네덜란드의 첨단 기계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면 네덜란드는 최첨단 산업 국가인가. 놀랍게도 GDP에서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기준으로 무려 81.8%였다. 농산물 수출액이 세계 2위다. 농산물을 수출해 먹고 사는, 엄연한 농업국가다. 그러면 1차 산업 중심의 전형적인 후진적 산업구조가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농업인 연소득을 살펴보자. 2년 전 이미 8만 달러를 넘었다. 도시 근로자 보다 높다. 농가당 경지 면적은 우리의 20배다. 그것도 가족 중심으로 최첨단 과학영농을 하고 있다. 무려 95%가 가족농이다. 또 놀랍게도 네덜란드 백만장자의 19%가 농업인이다.

그러면 우리 농업의 현실은 어떨까. 2022년 기준 우리 농업인 소득은 3만 7000달러. 네덜란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도시 근로자의 64% 수준이다. 65세 이상 고령 농가 인구 비중이 63.2%인 반면 청년 후계농은 매년 줄어 0.7 %에 불과하다. 청년 후계농 비중이 프랑스는 19.9%, 일본마저도 4.9 %다. 우리 농업이 소멸위기라는 경고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청년의 농촌 정착 대책이 첨단 산업 육성 못지않게 중요하다. 오히려 더 시급하다. 농업은 최전방 전략산업이다. 청년들에게 네덜란드와 같은 비전을 보여 줘야 한다. 농촌이 소멸되면 국가존립 자체가 위협받는다. 최첨단 기업 ASML을 보유한 네덜란드가 튤립과 풍차로 상징되는 농업국가인 이유, 깊이 통찰해야 한다. 농업이 첨단산업화된 네덜란드를 배우자.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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