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대부업체, 채무자 나체사진 부친 등에 전송…반사회적·반인륜적 행태

대한법률구조공단.

두 자녀를 둔 30대 가장 A씨는 건설업체 관리직원으로 일하면서 400만 원 이상의 월급을 받았는데, 건설업황 부진으로 수급여가 수개월 연체되자 지난해 1월 인터넷 대출카페를 통해 B업체로부터 급전을 빌렸다. 7일간 단돈 20만 원을 빌렸는데, 40만 원을 상환하는 조건에 연체시 하루 이자 2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대출기간 내에 갚더라도 이자율이 무려 4562%에 달한다. 법정 최고금리는 20%다.

20만 원을 빌리는 데도 절차는 매우 까다로웠다. 인터넷광고를 보고 카카오톡으로 연락한 A씨에게 불법대부업체 총책은 A씨를 텔레그램방으로 초대해 갖가지 개인정보를 요구했고, 당시 사정이 절박했던 A씨는 조부모와 부모, 직장 지인, 친구 등 11명의 연락처와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 스크린샷, 친척과 지인 등 9명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줬다. 이것도 모자라 자필 차용증을 들고 셀카 사진까지 찍어 전송해야 했다.

그랬던 A씨가 원리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자 총책 등은 A씨의 나체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고, 실제로 A씨 아버지와 친구, 지인 등 9명에게 전송했다. 불법대부업체들이 연합해 만든 텔레그램방을 통해 A씨가 과거 다른 대부업체에 제공한 나체사진을 B사가 이용한 것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22일 A씨를 대리해 불법대부업체 B사의 총책과 중간관리자, 하부직원 등 4명을 대상으로 계약무효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씨가 입은 정신적 피해를 고려해 1000만 원의 위자료도 청구했다.

이종엽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은 “반사회적 불법대부계약에 대한 민법상 계약 자체를 무효화하는 소송이 처음으로 제기된 것”이라며 “악질적이고 반사회적인 대부계약을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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