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민생토론회 불참
친윤, 한동훈 거취 압박 '군불때기'
비주류 "이대론 자멸" 한 위원장 옹호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국회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은 21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퇴하라는 요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연합
국민의힘이 총선을 불과 80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가 정면충돌 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겠냐는 불안감과 당혹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으로 불거진 이번 사태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통령실의 충돌에 이어 친윤(친윤석열)계와 비주류의 대리전 양상으로도 번질 기세다.

대통령실은 22일 한 위원장이 국회로 출근하며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며 비대위원장직 수행 의지를 재확인한 데 대해 “대통령실 차원에서 어떤 공식 입장도 내지 않기로 했다. 이제 차분하게 수습해야 할 단계”라며 더 이상의 확전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날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불참은 당정 충돌 여파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이처럼 여권이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두고 수습의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혼한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그동안 몸을 낮췄던 친윤(친윤석열)계는 ‘김건희 여사 사과 불가론’, ‘김경율 사천 논란’ 등을 고리로 한 위원장을 겨냥해 거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한 위원장이 이번 총선 공천을 본인의 정치적 입지 강화에 쓰면서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비난한다.

친윤계의 이런 거친 반응의 이면에는 취임 일성부터 ‘주류 희생’을 강조해온 한 위원장이 공천을 주도할 경우 낙천 가능성이 우려되는 이들의 불안감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비주류 일각에선 친윤계를 향해 “모두 권력에 빌붙어 호가호위하는 인간들”(유경준 의원)이라며 한 위원장 사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일각에서는 의원총회 등을 통해 한 위원장의 사퇴를 밀어붙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의원들은 다만 전날 밤부터 ‘침묵 모드’를 이어가며 공개 발언도 자중하는 모습이다.

한 위원장 거취에 대한 직접 언급은 “가혹하게 들리겠지만 스스로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신평 변호사), “국민과 당원의 신뢰를 상실하면 선출직 당 대표도 퇴출된다”(홍준표 대구시장) 등 일부 원외의 목소리가 전부다.

이처럼 여권의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당내 전반적 여론은 어떻게든 양측이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절충점을 찾아가며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주문이 우세하다.

다수 의원들은 “당정은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양쪽이 접점을 찾지 않으면 결국 자멸한다” “선거 목전에 지도부 붕괴 등 극한의 사태는 피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들 의원들은 또,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 해소 절충점으로 김건희 여사의 사과가 아닌 대통령실 또는 당 차원의 명품백 논란에 대한 국민적 설명을 주문하고 있다.

여기에는 △김 여사 부친과의 친분을 주장하며 억지로 찾아가 여성용 백을 전달한 당시 상황(김 여사가 받지 않겠다는데 막무가내로 백을 놓고 간 상황) △지난해 9월 발생한 일을 1년이 지나 총선을 앞두고 좌파 언론에 제보한 이유 △김 여사가 그동안 한 번도 공개석상에 백을 들고 나온 점이 없는 점(사용 안함) △좌파들이 ‘명품백’이라고 주장하는 물건이 통상 1000만원이 넘는 샤넬·에르메스 등이 아닌 명품백 범주에 들지 않은 300만원 상당의 파우치(작은 가방)라는 점 △손목시계용 몰카를 이용해 고의적으로 함정을 판 정황 등을 누군가는 설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정숙 여사의 앙코르와트 관광, 명품옷·백·악세사리 등 특활비 사용이 논란이 일었지만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는 점도 같이 지적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처럼 당시 상황 설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이날 한 라디오에 나와 당정 갈등 조짐으로 해석되는 일련의 상황과 관련해 “소통 과정의 오해라고 할 부분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일들이 아닐까”라며 “두 분(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직접 만나서 해결할 수도 있지 않나하는 기대를 또 해본다”고 말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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