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순
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한자 ‘운(運)’을 풀어 보면 재미있다. 수레 거(車)와 군사 군(軍)이 중심이다. 거(車)는 바퀴다. 곧 운은 바퀴처럼 돌고 돈다는 풀이다. 명리학에서는 천운, 지운, 인운 3운(運)이 돌고 돌며 길흉화복을 만들어 낸다고 본다. 또 군대는 앞으로 돌진하기도 하지만 전략전술 상 멈추기도 하고 때로는 물러서기도 한다. 따라서 운은 돌고 돌며 전진하는 성취와 후퇴하는 고통을 준다는 것이다. 일이 잘 풀린 것은 본인의 노력에다 전진하는 운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본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산상고를 졸업하고 울산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했다. 하지만 대못에 발이 찔리는 바람에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함바집 외상 밥값 2000원을 떼먹고 도망쳤다. 산에 과수원을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묘목 살 돈이 없었다. 김해농업시험장에 들어가 감나무 묘목을 훔쳐왔다. 묘목 뿌리를 감싼 신문에 눈길이 꽂혔다. ‘사법시험 및 행정요원 예비 시험 공고’ 운이었다. 못에 찔린 불운에서 묘목 도둑질과 사법시험 합격을 거쳐 대통령에까지 오르는 운을 누렸다. 수레바퀴가 제대로 구른 것이다.

국민의힘이 심각한 내홍에 휩싸였다. 거침없이 내닫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마포을 김경율 비대위원 ‘낙하산 공천’ 파문에 흔들리고 있다. 특히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기대와 신뢰를 접었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하며 손절 의사를 밝혔다. ‘약속대련’ 분석이 나오기도 하지만 갈 길 바쁜 국민의힘 총선 전선에 매머드급 충격파가 되고 있다.

전 정부 말기의 좌천인사를 빼면 운은 언제나 한 위원장 편이었다.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이명박 정권과 각을 세운 박근혜 비대위원장 길을 택했다. 승부수다. 여의도 경험도 없는 그를 여당 비대위원장과 유력 대권주자로 만든 운명의 수레바퀴가 이 장애물을 넘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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