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비 숨결 따라 굽이굽이…산세와 호반의 비경 한눈에

가을단풍이 물든 성주 독용산성길
성주군 금수면 봉두리 일대에 있는 성주호는 댐높이 60m, 제방길이 430m, 면적 3530㏊에 총 3800만 t의 물을 담수할 수 있는 대형 저수지이다.

성주호를 끼고 있는 약 7㎞의 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데 자연과 인간과 자동차가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성주호 주변에는 수몰지역 내의 문화재를 옮겨놓은 영모재와 구강재가 있으며 운봉 현황호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제자들이 세운 ‘백운정’을 비롯해 가야산·독용산성 성주호 둘레길 등이 있다.

성주댐 둘레와 인근 독용산성을 잇는 총연장 26.2㎞의 성주호둘레길이 10년 만에 완전개통했다

성주호둘레길은 사시사철 언제 방문해도 힐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봄이면 성주호를 둘러싼 만개한 벚꽃길이 상춘객의 발길을 붙잡고, 여름엔 푸르른 녹음과 시원한 성주호 물결에 피서객들은 환호한다. 또 가을은 형형색색 단풍과 흩날리는 낙엽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선사하고, 겨울이면 눈 덮인 가야산의 숨가쁜 자태가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특히 성주군이 영남지역 대표 탐방로를 만들기 위한 ‘가야산 선비산수길 조성사업’ 일환으로 탄생한 23.9㎞의 트레킹 명소로 대구 구미 등에서도 자동차로 한 시간 내에 닿을 수 있어 각광 받고 있다.

성주호의 수상레포츠시설과 드라이브코스, 둘레길 등이 어우러진 친환경관광지로 도약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성주의 명소 무흘구곡과 성주호 둘레길, 드라이브코스는 하나의 길 안에 있다. 이곳의 여정은 영모재 근처에 있는 수상놀이시설 아라월드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아라월드 입구에 들어가면 만나게 되는 성주호 둘레길은 호반을 끼고 이어지는 숲길이지만 시작은 가천삼거리에서부터다.

강정교와 성주댐, 아라월드와 영모재를 지나 성주호전망대·미륵사를 지나 백운정까지 24㎞가 이어진다. 길은 숲으로 호수로 꾸불꾸불 이어져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걷는 게 힘들다면 승용차를 이용할 수도 있다. 59번 국도를 따라 북진하다가 30번 국도와 만나는 교차점에서 서남쪽으로 우회전을 하면 성주호를 끼고 돌게 되는데 이 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벚꽃 터널로 덮여 하늘이 보이지 않던 길이다.

성주댐을 지나 김천시 증산면 청암사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의 입구를 지나면 한강(寒岡) 정구 선생이 남송시대 주자가 지은 무이구곡을 차용해 이름 붙인 무흘구곡을 만날 수 있다.

그중 드라이브 코스에 있는 것은 3곡 배바위와 4곡 선바위인데 두 곳 모두 찻길에서 볼 수도 있고 차에서 내려 살펴볼 수도 있다. 정자가 그림처럼 올라 있는 배바위는 선비들이 시도 짓고 풍류를 즐기던 곳으로 기암괴석에 계류가 어우러져 여름에는 야영객과 피서객으로 붐빈다.

성주호 둘레길 부교
△한적한 호수 위를 걷는 기분 ‘부교’.

도시의 낙엽이 하나 둘 떨어지고, 제법 쌀쌀해진 날씨와 앙상한 나뭇가지에 걸린 햇살이 늦가을 끝자락을 간신히 붙잡고 있던 어느 날. 스트레스와 피로에 지친 도시인이 향한 발걸음은 성주호둘레길이였다.

성주호둘레길은 금수면 봉두리 아라월드 근처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성주읍내에서 이곳까지는승용차로 20분 정도가 소요되고, 목적지 도착 3분 전부터 일찌감치 눈에 들어온 성주호와 굽이굽이 펼쳐진 산줄기가 어우러져 절경을 연출한다.

주차 후 인도를 잠시 걸으면 성주호 둘레길이 포함된 가야산 선비산수길 안내판이 살갑게 방문객을 맞는다. 안내판을 기준으로 우측으로는 성주호길, 직진방면은 독용산성길이다.

성주호길로 향하면 산새들이 길을 안내한다. 영모재까지 500m는 그렇게 경사지지도 가파르지도 않아 우측으로 펼쳐진 성주호를 배경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무난하게 걸을 수 있다. 영모재(永慕齋, 경북 문화재자료 제281호)는 조선 명종·선조 때 사람인 한춘부와 그의 손자인 효종 때 학자 한두남의 재실로 청주한씨 문중에서 1925년 건립했다.

성주호둘레길에서 만나는 영모재 .성주군
영모재부터는 온전한 숲길이다. 조금 더 나아가 솔숲길을 따라가니 부교로 가는 길과 갈린다. 부교 위를 걷는 것은 성주호 둘레길 방문객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부교 위에 첫 발을 딛자마자 구름 위를 걷는 기묘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산봉우리들과 어울린 호수 수면은 잔잔하고 고요해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 같다.

성주호 상류 쪽으로 이어지는 산길에는 고요한 숲이 방문객들을 포근히 안아주고 중간중간 쉬어갈 만한 정자가 소중한 휴식처가 되어준다. 아라월드에서 무학리 광암교까지 이어지는 길은 드넓은 호수와 숲길로 이뤄져 성주호 둘레길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구간이기도 하다.

숲길을 벗어나면 광암교가 보인다. 광암교 근처에는 무학1리 넉바우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쌀쌀한 날씨지만 마을의 포근한 전경을 바라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광암교 위쪽으로는 대가천 물길이 한껏 멋을 부린다. 대가천 물길은 높디 높은 산줄기를 따라 돌고 돌아 성주호로 흘러들어온다. 대가천 옆에는 금수문화공원 야영장이 강변을 따라 길게 자리를 잡고 있다. 천혜의 자연경관 속에 어우러진 금수문화공원 야영장은 넓은 캠핑장과 주차장이 갖춰져 있어 야영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포천계곡 만귀정
△무흘구곡…한강 선생의 발자취.

성주 수륜면 신정리 제1곡에서 김천시 제9곡까지 약 35㎞에 걸쳐 있는 무흘구곡은 조선 중기 학자인 한강 정구가 이 계곡의 아름다움에 반해 중국 남송 때의 유학자인 주희의 무이구곡을 본받아 대가천을 오르내리며 경관이 뛰어난 곳을 골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그중 제4곡~제3곡~성주호 둘레길~제2곡~제1곡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성주호둘레길의 백미이자 요체다.

성주호둘레길 끝자락에서 차로 15분 거슬러 올라가면 무흘구곡 제3곡 배바위다. 대가천을 오르내리는 배를 묶어두는 곳이라 하여 이름 붙여졌다. 검은 학이 맴돌다 날아갔다 하여 무학이라고도 하는데, 학문적 이상세계로의 진입이 세속적인 일로 좌절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으로 ‘배움에 게을리하지 말고 늘 최선을 다하라’는 격려의 의미라고 한다. 배바위 정자에 오르면 무흘구곡의 운치를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배바위에서 4.6㎞ 상류로 더 오르면 선바위(제4곡)가 있다. 선바위는 높이가 30m가 넘고 바위 상단 중간에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이곳에 학이 집을 짓고 살았다 하여 일명 소학봉이라고도 불린다. 물가에서 바로 솟구친 선바위는 아래쪽에서 보면 마치 사람이 서 있는 듯하고, 위쪽에서 보면 하늘을 향해 타오르는 불꽃이나 날카로운 칼날을 닮아있다.

2곡 한강대는 한강 선생의 서재인 ‘한강정사’와 연관이 깊다. 선생이 31세가 되던 해 서쪽 산등성이에 한강정사를 짓고 자신의 호와 정사의 이름을 한강이라 이름 붙였다. 정자 아래 바위에는 한강 선생의 ‘효기우음’ 시가 새겨져 있는데, 자연에 은거한 학자의 소박한 일상을 그렸다.

제1곡 봉비암은 조선시대 수많은 선비들이 봉은 날아가고 터만 남았다며 안타까워했다고 전한다. 날아간 봉은 때로는 한강 선생으로 인식되기도 하는데, 회연서원 뒤편에 있어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로 맑은 물이 조화를 이뤄 보는 이의 마음을 정화시켜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회연서원은 한강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고, 지방민의 유학교육을 위해 그의 제자들의 뜻을 모아 세웠다. 서원의 입구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느티나무는 400살이 넘은 보호수이며, 해서체로 쓰인 회연서원 현판은 숙종의 어필이라고도 하고 한석봉이 썼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봄날의 포토존으로 인기 많은 백매원은 한강 선생이 처음 초당을 짓고 심은 백매화 100그루 중 현재 세 그루만 남아있다고 한다. 우주 공간의 모든 것을 연구대상으로 삼아 경서, 병학, 의학, 역사, 천문, 풍수지리 등 모든 학문에 관심을 가졌던 한강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보면 지친 심신은 어느새 새로운 힘을 얻게 된다.

가여산 야생화 식물원. 성주군
△여유와 휴식 가야산생태탐방원.

성주를 여행하면서 숙박을 고민하고 있다면 가야산생태탐방원에서 하루쯤 머물러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성주군 수륜면 봉양리에 위치한 가야산생태탐방원은 일상에서 벗어나, 때 묻지 않은 가야산의 자연 속에서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여유로운 휴식 공간이다.

이곳은 여행지로서의 매력도, 친환경 여행 지속가능성 등을 인정받아 2021년 한국관광공사와 전국관광기관협의회 친환경 추천 여행지로 선정됐다. 천혜의 자연에 파묻혀 있는 가야산의 아름다운 품에서 일상을 벗어나 해방감을 누리기에 아주 이상적인 환경을 갖췄기 때문이다.

생태탐방원에서는 오전 2시간 프로그램인 ‘유유자적 힐링데이’와 오후 3시간 프로그램인 ‘숲이 주는 삶의 쉼표’ ‘에움길 트레킹’의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에움길 트레킹의 경우 가야산 생태해설과 함께 트레킹을 할 수 있어 자연의 생태적 체험을 통해 일상의 에너지를 채우고 영감을 얻을 수 있어 인기가 많다.

또 독채 숙소인 가야산 자연의 집이 운영되고 있어 숲에서 힐링을 하고 싶은 가족 단위 탐방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정수 기자
김정수 kjsu7878@kyongbuk.com

성주군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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