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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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 깰까?” 고등학교 동기 모임 총무의 커뮤니티 밴드 문자가 왔다. “뭘 깬다는 말인가?” 했더니 대방어가 제철이란다. ‘맛있는 음식’은 개인 취향과 식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겨울 한 철 먹을 수 있는 회의 진수가 ‘대방어 회’다. 대방어는 무게 8~10㎏ 정도의 큰 방어다. 워낙 몸집이 크고 값도 비싸서 총무 말대로 한 마리를 깨 회 맛을 즐기려면 인원이 15~20명은 돼야 한다.

방어는 연중 잡히지만, 맛이 가장 좋은 때는 겨울 이맘때다. 몸에 기름이 바짝 오르고 쌀이 야물어져서 회 맛이 가장 좋을 때가 12월 중순부터 1월 말까지이기 때문이다. 대방어는 크기가 큰 만큼 참치처럼 부위별로 맛과 식감이 다르다. 식도락가들은 횟집을 정해두고 일본 참치 횟집처럼 한 점 한 점 부위별 맛을 즐기기도 한다.

대방어의 머리 가까운 쪽 등살은 풍부한 지방과 속살의 담백함이 어우러져 참치의 중뱃살처럼 기름지다. 대방어의 뱃살은 또 부위에 따라 세분된다. 머리 가까운 윗뱃살은 등살보다 덜 기름지지만, 식감이 좋다. 아랫뱃살은 참치뱃살 맛이다. 배의 가장 아랫부위인 꽃배꼽쌀은 배 가장 아래쪽 붉고 둥근 점이 있는 주변으로 지방이 가장 많고 씹히는 맛이 쫄깃하다. 아가미 뒤쪽의 가마살은 가장 귀한 부위로 쫄깃한 식감에 씹으면 고소한 기름 맛 작렬이다.

‘푸른 피의 사나이’ 양준혁(전 삼성라이온즈)이 경북 포항 구룡포 자신의 양식장에서 키운 대방어로 대박이 났다는 소식이다. 먼바다의 6~7㎏짜리 방어를 잡아 와 야구장보다 조금 더 큰 자신의 양식장에서 10㎏ 이상으로 살을 찌워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 출하하고 있다고 한다. 제주도 모슬포항이 방어 축제로 유명한데 장차 포항 구룡포가 대방어 명산지가 될 전망이다. 지인들에게 사발통문을 돌려 이번 주말, 겨울 바다가 아름다운 구룡포로 양준혁표 제철 대방어 한 마리 깨러 오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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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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