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천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경북 경주는 지난 2019년 ‘신라왕경핵심유적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신라왕경에 해당하는 14곳의 유적지가 법적 지원을 받고 복원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월성과 황룡사, 동궁 등 주요 왕궁 시설은 물론 쪽샘지구, 낭산 사천왕사 등에 대한 발굴 작업이 마무리되거나 진행 중이다. 특별법의 제정으로 강력한 추진력과 예산이 뒷받침돼 왕경 복원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신라 역사 관광지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다.

경주시는 연 관광객 5000만 시대를 열겠다지만 역사 도시 경주 관광이 황리단길이나 보문단지 동궁원, 버드파크 등에 치중돼 역사 관광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때에 경주시가 역사관광 도시 면모를 일신할 수 있는 상징적 복원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경주 폐역과 폐철도 부지의 개발과 함께 역사 유적의 복원도 병행해야 한다.

서울의 경복궁, 덕수궁, 경희궁, 창경궁, 창덕궁 등 5대 궁궐 복원 속도에 비해 경주의 신라 왕경유적 복원은 너무 더디기만 하다. 서울은 8·15 광복 후 36동만 남아 있던 궁궐 건물이 2010년까지 89동이 복원됐다. 2011년 시작된 2차 궁궐 복원작업으로 전각 23동이 추가 복원됐다. 이 밖에 승정원과 오위도총부 등 나머지 57동도 2045년까지 복원할 계획이다. 광복 당시 36동만 남아 있던 궁궐을 광복 100주년인 2045년까지 205동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이 같은 서울의 궁궐 복원에 비하면 경주는 늦어도 너무 늦고 구체적인 기한이나 목표 설정도 없다. 역사 유적의 복원보다 경주의 폐역 17곳과 폐철도 80.3㎞ 부지 활용 개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주의 폐역과 폐철도 부지 개발도 경주의 신라 역사문화의 정체성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주는 신라 역사를 간직한 역사 도시라는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최우선 정책 목표를 둬야 할 것이다.

세계 각국은 역사 문화유산 재건에 힘을 쏟고 있다. 프랑스는 부르봉 왕가의 베르사유 궁을 화려하게 복원해내 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폴란드도 2차대전으로 폐허가 됐던 옛 왕궁과 성당을 복원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받기까지 했다. 독일도 최고 수준의 전문가를 동원해 베를린 왕궁을 복원했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문화관광부, 문화재청과 함께 황룡사 9층 목탑 복원부터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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