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발의 피다. 조족지혈(鳥足之血)이란 말이다. 30년 숙원 대구~광주 간 총연장 198.8㎞의 ‘달빛철도건설특별법(달빛철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16, 찬성 211, 반대 1, 기권 4로 가결된 25일, 정부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GTX 사업은 예산이 134조 원, 달빛철도 예산은 6조 원의 22배가 넘는다.

서울 지역 언론과 정부, 일부 학계 인사들까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조항이 들어간 6조 달빛철도법을 두고 ‘포퓰리즘 법’이니 총선을 앞두고 통과시킨 ‘표퓰리즘 법’이니 떠들어댔다. 그러면서 134조 GTX 사업에 대해서는 평면 보도를 하거나 불가피성을 들며 편드는듯한 논평을 내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당장 평택이나 원주의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 벌써 수도권 지역은 물론 지방의 졸부들도 GTX 확장 지역 아파트 갭투자에 눈알이 충혈될 지경이다. 정부의 GTX 청사진 발표 이후 평택의 아파트값이 억 단위로 폭등하고 있다고 한다.

‘1월 25일’은 윤석열 정부가 수도권 블랙홀을 동두천, 춘천, 원주, 안산시까지 확장, ‘국가균형발전 포기를 선언한 날’로 기억해야 할 듯하다. 수도권 교통 불편 해소를 위한 급행철도 계획이라지만 장차 이 사업은 수도권의 비대화를 더욱 부추기고 지방 고사(枯死)를 가속화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블랙홀의 깊이와 넓이, 흡인력이 더욱 크고, 강력하고, 빨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 15일에도 경기도에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2047년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심이 돼 622조 원을 투자, 346만 개 일자리를 만든다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그야말로 ‘수도권 올인’이다. 정부의 GTX 사업과 반도체 투자계획을 좀 심하게 비유하자면 북한이 ‘평양과 그 밖의 지역’으로 구분되는 것처럼 대한민국도 ‘수도권과 그 밖의 지역’으로 구분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미 열세화(劣勢化)될 대로 열세화된 지방은 예타 족쇄로 발전을 원천 차단하고, 수도권은 천문학적인 금액의 투자로 기업과 사람을 빨아들이고 있다. 완행 철도 하나 놓겠다고 영호남 지역민과 정치권, 자치단체가 노심초사 새까맣게 속을 졸였다. 달빛철도법을 통과시키겠다고 설쳐댄 것이 못내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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