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손자병법’에 버금가는 ‘오자병법’을 쓴 오기(吳起). 춘추전국시대 위(魏)나라 장군이었던 그의 전적은 76전 64승 12무. 패배가 없었다. 항상 승리하는 장군, ‘상승장군(常勝將軍)’으로 불릴 만했다. 뛰어난 용병술과 지휘 능력을 인정받았다.

다리에 종기가 난 병사가 힘들어했다. 그는 입으로 병사의 고름을 빨아 내 치료해 주었다. 오기의 부하 사랑이 병사 집에 전해졌다. 병사의 어머니가 통곡했다. 이웃이 이유를 물었다. “그애 아버지도 오기 장군 밑에 있었다오. 그런데 등에 종기가 나자 장군이 직접 고름을 빨아 치료해 줬소. 남편은 은혜를 갚기 위해 앞장서 싸우다 죽었지요. 장군이 우리 아이의 종기도 빨아 주었으니 아들의 운명도…”

사마천의 ‘사기(史記)’ 이야기다. 오기는 장군이 된 후 늘 솔선수범했다. 병사들과 같은 옷을 입었으며 수레도 타지 않고 함께 걸었다. 먹을 것도 자신이 직접 가지고 다니는 등 부하들과 생사고락을 같이했다.

베트남이 카타르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예선 탈락했다. 그것도 조별 리그 3연패 수모를 당했다. 지난 대회 8강에 올라 동남아시아 축구 최강자를 자처했던 자부심이 허무하게 무너진 것이다. 베트남은 그야말로 초상집이다. 팬들은 ‘트루시에 축구’에 울분을 토하며 박항서 감독을 호출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베트남 사령탑을 맡아 베트남 축구 최전성기를 연 박항서 감독. 그는 지친 선수의 발을 직접 마사지 해 주고 자신에게만 주던 스테이크를 모든 선수에게 제공하도록 했다. 또 허리 아픈 선수에게는 자신의 항공기 비즈니스석을 내주었다. 스킨십으로 감독과 선수가 하나가 됐다. 경기에 진 뒤에는 선수들의 어깨에 오기 장군의 따뜻한 손을 올렸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그러니 절대 고개 숙이지 마라.” 선수들이 뛰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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