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자로 서한 선정해 총회 상정 ‘위법’…31일 조합원 총회 개최 금지

서문시장 4지구 시장정비사업 조감도.

속보 = 2016년 화재로 점포 700곳이 전소된 대구 중구 서문시장 4지구 시장정비사업 진행을 위한 시공사 선정에 제동(경북일보 1월 24일 자 3면)이 걸렸다. 시장정비조합이 지난달 21일 대의원회를 통해 시공 입찰가 650억 원을 제시한 지역 1군기업 (주)서한을 시공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와서다. 31일 조합원 총회에서 최종 추인을 받은 뒤 본계약을 체결하려 한 계획이 무산되면서 사업이 또 다시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법 제20-2민사부(조지희 부장판사)는 29일 대의원 A씨 등 2명과 조합원 1명이 조합을 상대로 신청한 ‘총회개최금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31일 오후 2시로 예정된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면 안된다고 했다.

조합은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4차례에 걸쳐 나라장터를 통해 ‘서문시장 4지구 시장정비사업’ 시공자를 선정하기 위한 경쟁입찰을 실시했으나 모두 유찰됐다. 이에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자를 선정하기 위해 대구·경북지역 도급순위 20위권 이내 건설업체에 대해 시공자 참여의향서 제출을 요청해 서한 등 6개 업체로부터 시공 참여 의향서를 받았고, 대의원회는 지난해 10월 27일까지 6개 업체로부터 시공자 입찰제안서를 받기로 의결했다. 현금 10억 원과 입찰이행보증보험증권 20억 원 등 모두 30억 원의 입찰보증금을 납부하는 조건을 달았는데, 서한만 유일하게 납부했다. 8차 대의원회의에서 서한만을 시공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기로 하고 투표를 진행했으나 찬성 20표, 반대 42표로 부결됐다고 A씨 등은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분쟁이 벌어졌고, 서한 외에 나머지 3개 업체에도 입찰 참여 기회를 재부여하는 절차 끝에 지난해 12월 서한 등 4개 업체로부터 가계약서 및 추가서류들을 받았다. 그렇지만 12월 21일 열린 대의원회의에서는 서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총회에 상정하기로 하는 내용을 의결한 뒤 31일 정기총회 소집을 공고했다.

가처분을 신청한 A씨 등은 “조합의 대의원회에서 중대한 사항인 시공자 선정 및 변경에 관한 총회의 권한을 대행할 수 없다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정하고 있다”면서 “서한 외에 입찰에 참가한 나머지 3개 업체를 제외하고 서한만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시공자 선정 여부를 찬반 투표로 정하도록 하는 것은 중대·명백한 하자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총회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시공자 선정 절차가 예정된 일정에 비해 다소 지연될 가능성은 있지만, 신청을 기각할 경우 하자 있는 절차에 대한 다툼이 계속돼 사업이 더 지체될 가능성 역시 농후하다”면서 “시공자 선정 절차가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지 못한 채 이뤄질 경우 사업의 지연과 혼란 상태의 지속 등 조합과 조합원들에게 광범위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것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조합 측은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자 선정을 진행한 과정에서 서한이 30억 원의 입찰보증금을 유일하게 납부한 뒤 나머지 3개 업체의 경우 의견수렴의 기회를 주기 위해 입찰보증금을 내도록 했기 때문에 서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해 총회에 상정하는 것은 하자가 존재하지 않고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채권자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자를 선정하는 경우에도 제출된 입찰참여제안서를 모두 총회에 상정하고 직접 출석한 조합원들에게 충분히 설명자료를 제공한 뒤 총회에서 수렴된 조합원들의 합리적 의사 결정에 따라 시공자를 선정하는 것이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조합원 총회에 시공자 선정과 변경 권한을 부여한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조합이 대의원회에서 수의계약을 체결할 시공자로 서한을 결정하고 정기총회에 상정한 것은 도시정비법 규정에 위반해 위법하다”고 밝혔다.

서문시장 4지구 시장정비사업은 중구 대신동 115-377번지 일원에 사업부지면적 4만7350㎡(1432.34평), 지하 4층~지상 4층, 건축연면적 2만9984.35㎡(9070.27평)로 건립될 예정이다. 지하 2층에서 4층까지 주차장을 조성해 전통시장의 가장 약점인 주차문제를 백화점처럼 해결하고 가장 첨단화되고 안전한 시장으로 다시 조성된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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