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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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이다. 신화에 따르면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아티카의 강도로 아테네 교외의 언덕에 집을 짓고 살면서 구월산 임꺽정처럼 강도질을 했다. 그의 집에는 쇠로 만든 침대가 있는데 프로크루스테스는 행인을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뉘고는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내고,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억지로 침대 길이에 맞춰 늘여서 죽였다고 전해진다. 그의 침대에는 침대의 길이를 조절하는 보이지 않는 장치가 있어 어느 누구도 침대에 키가 딱 들어맞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tean bed)’는 바로 이 이야기에서 유래된 말로 자기 생각에 맞추어 남의 생각을 뜯어고치려는 행위, 남에게 해를 끼치면서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횡포를 말한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룰이 논란이다. 민주당 경선은 국민 50%, 권리당원 50% 비율로 결정된다. 권리당원 상당수가 이재명 당 대표의 강성지지층이다. 후보의 능력과 비전·도덕성은커녕 당 대표 추종 여부가 실질적 공천 잣대인 셈이다. ‘대법원 판결 전까진 무죄추정 원칙이 옳다’해도 공천관리위원장이 이를 부패범죄 후보자 검증기준으로 제시한 것도 무리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연상케 하는 룰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말처럼 희한하게도 여러 범죄 의혹으로 연일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에게는 적용되지 않게 잘 설계됐다.

공천 룰도 룰이지만 정치 신념 없이 이 당 저 당 떠돌아다니며 공천을 구걸하는 정치인들도 꼴불견이다. 하기야 경북·대구 지역은 중앙당에서 부지깽이나 과메기를 내리꽂아도 된다는 식으로 공천 과정이 진행되고 있어서 하다못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도 하나 들였으면 하는 심정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민주당은 31일부터 후보자 면접을 실시하고, 국민의힘은 29일부터 오는 2월 3일까지 공천 신청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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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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