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물줄기 따라 걸으며 역사·문화 살아 숨쉬는 '九美' 만끽

둑방으로 - 둑방습지 노을.
구미 낙동강의 풍요로운 자연생태와 문화재 그리고 물줄기를 따라 형성된 지역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낙동강문화생태탐방로가 있다.

다양한 색채를 담은 ‘물감 같은 길’ 낙동강문화생태탐방로는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 형성된 길로 좌·우 기슭을 합쳐 약 80㎞에 이르는 자연·문화탐방 둘레길을 일컫는다.

이 길은 기존 낙동강 줄기를 따라 형성된 우수한 문화와 역사 그리고 자연생태를 많은 이들이 걷기를 통해 되돌아보자는 의미에서 길의 특징에 따라 구간 이름이 붙여, 나루터로, 둑방으로, 물소리로, 동락노을속으로 등 총 9개 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이처럼 긴 탐방로의 시작은 남구미대교 전망대 왼쪽 기슭을 기점으로 시작된다.

남구미대교는 구미시의 주요 낙동강 횡단 교량 중 하나로 구미국가산업1단지와 구미국가산업3단지를 이어주는 교량으로로 구미산업의 심장과도 같은 다리다.

이러한 남구미대교에 설치된 전망대는 낙동강과 산업단지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봄에는 강변을 따라 벚꽃길이 펼쳐지고, 여름에는 금계국과 핑크뮬리가 차례대로 피어, 마치 탐방로로 향하는 꽃길을 열어주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남구미대교 산책로를 걷다 보면 구미대교, 산호대교 아래를 지나가는데 대교 아래에서 바라보는 낙동강의 모습은 신비로움과 웅장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이처럼 낙동강문화생태탐방로 는 흔하디흔한 길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접하지 못한 새로움을 볼 수 있어 마치 탐험하는 듯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낙동강 전경.
△ 구미 낙동강의 구미(九美).

낙동강을 중심으로 한 ‘낙동강문화생태탐방로’는 구간별로 특징과 이야기를 담고 있어 스토리를 따라 걷는 재미가 있다.

1구간 ‘나루터로’ 비산나루터 전경
1구간 ‘나루터로’는 남구미대교 전망대에서 시작, 비산나루터까지 5㎞ 이어진 구간으로 벚꽃(3~4월), 핑크뮬리(9~10

월 초) 등 다양한 꽃을 보며 걸을 수 있으며, 코스 인근에는 갈뫼루, 구미공업단지기념탑, 비산나루터 등이 있다.

이중 비산나루터는 과거 낙동강 유역을 기반으로 활발한 어업활동이 이루어진 곳으로, 많은 이들의 삶의 터전으로 활기가

넘치던 곳이었으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 쇠퇴해 현재는 나루터의 일부 흔적과 기록만이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길을 걷다 보면 매운탕 집이 위치한 것을 볼 수 있는데, 과거 어업이 활발했던 것을 증명하듯 매운탕이 이곳의 대표 향토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지금도 옛 시절을 회상하며 이곳의 향토 음식을 찾는 이들이 많다.

최근 조성된 비산나루 데크길을 지나 옛 선조들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걸으면 더욱 의미가 있지 않을까.

강바람숲으로 매학정 일출.
2구간은 ‘강바람숲으로’는 비산나루터에서 낙동강체육공원 지나 매학정까지 이르는 약 11㎞에 이르는 평지 구간으로

절기별로 다양한 꽃과 식물들을 볼 수 있어 많은 이들이 가족, 연인과 함께 나들이를 오는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계절별로는 3~4월 벚꽃, 5~6월 금계국, 9~10월에는 핑크뮬리를 감상할 수 있으며, 초여름 물안개와 함께 넓은 초원을 가득 덮은 금계국은 전국적으로도 유명해 물안개를 보기 위해 새벽부터 찾는 이들도 많다.

낙동강체육공원에서 낙동강유역을 따라 걷다 보면 드넓은 대지 위에 자라난 억새풀을 만날 수 있는데, 감성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포토존 명소이기도 하다.

‘강바람숲으로’의 대미는 매학정(梅鶴亭)인데 조선시대 명필가 고산 황기로가 조부의 뜻을 받들어 정자를 짓고 매화나무를를 심어 학(鶴)을 길렀다 해 매학정이라 불렸다고 한다.

매학정 앞뜰에는 홍매화와 백매화가 자라고 있으며, 봄이면 매학정 이름에 걸맞게 매화꽃이 피는 것을 볼 수 있다.

매학정에서 바라보는 낙동강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탐방객이 많다.

강정습지로 철새.
3구간 ‘강정습지로’는 매학정에서 구미보까지 버드나무 군락이 있는 드넓은 습지를 따라 다양한 식물과 곤충, 조류를 볼 수 있는 자연생태 탐방로이다.

매학정을 지나 구미보까지의 6㎞ 구간 중 단연 으뜸의 풍경을 자랑하는 곳은 강정습지이다.

강정습지에는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멸종위기보호종 쇠제비갈매기를 비롯, 천연기념물인 두루미 등 도심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철새들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특히 감천과 합류되는 지점에 형성된 커다란 모래톱은 다양한 철새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해 무리 지은 철새 모습을 비롯해 비상하는 철새 떼의 모습까지 쉽게 관찰할 수 있어 자연의 생생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지금도 겨울철만 되면 철새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 많은 사진작가들이 이곳을 찾고 있으며, 여름에는 버드나무 군락이 장관인 자연생태의 보고이다.

4구간 ‘둑방으로’ 독동습지 노을.
4구간 ‘둑방으로’는 구미보를 지나 생곡리와 독동리 강둑을 따라 이어진 6㎞ 구간으로, 둑을 따라 형성된 길이 독특함을

더하며 둑방을 걸으면 내려다보이는 좌, 우의 다른 풍경이 인상적인 곳이다.

둑방을 걷다 보면 보이는 좌측으로 습지가 보이는데 이곳이 독동습지다. 독동습지는 도심에서 볼 수 없는 습지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 백로를 비롯해 연꽃을 볼 수 있어 습지 생태를 관찰하기에 좋은 곳이다.

특히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독동습지에서 바라보는 일출인데, 물안개와 함께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풍경으로 많은 이들에게 아름다운 일출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아름다운 풍경은 구간의 마지막까지 이어지는데, 마지막 기점의 송당정사는 조선 전기 무신 송당 박영이 낙향 후 학문을 닦던 곳으로 역사적 가치와 함께 아름다운 풍경이 일품인 곳이다.

푸르른 소나무와 초록빛깔의 잔디 그리고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시원한 전망이 어우러져 많은 이들의 힐링 명소이자 포토존으로 널리 사랑받는 장소이다.

5구간 ‘강변으로’ 농소리은행나무.
5구간 ‘강변으로’는 송당정사에서 구미시승마장까지 약 11㎞의 구간으로, 평원과 둑방이 반복해 나오는 길로 탁 트인 낙동강의 절경을 볼 수 있다.

평지 길을 한참 걸으면, 어느새 동산으로 향하는 길이 나오는데 이때 언덕 위에 보이는 건물이 삼열부다. 삼열부는 임진왜란 때 왜적에게 잡혀가던 중 절의를 지킨 최씨, 김씨, 임씨를 기리기 위해 지어진 사당으로 과거 소실됐다가, 2010년에 다시 사당을 세운 지역의 소중한 문화자산이다.

삼열부를 지나 동산에 올라 마을을 바라보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령 500년인 농소리 은행나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가을에는 노랗게 물든 농소리은행나무를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찾을 정도로 유명한 명소이다.

언덕을 내려와 걷다 보면 구미시 승마장이 보이는데, 구미시 승마장을 끼고, 낙동강변 쪽으로 걷다 보면 무성한 억새풀, 들꽃들과 함께 가끔 이곳을 지나는 말들을 볼 수 있다. 말들이 길을 달리는 것을 보고 있으면 신기하면서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6구간 ‘명상으로’ 신라불교초전지
6구간 ‘명상으로’는 낙동강 우안 가산제 고수부지에서 출발한다. 낙단교에서 도개자전거쉼터까지 약 8㎞ 구간으로 이곳에서는 드넓은 벌판과 흙길, 자갈길, 노지 등 길의 형태가 다양하다 보니, 색다른 길을 만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있다.

갈대가 펼쳐진 들판을 따라 걷다 보면 우측 언덕에 오래된 목조건물이 보이는데 이곳이 ‘월암서원’이다.

월암서원은 사육신 중 한 사람인 하위지, 생육신의 한 사람인 이맹전, 고려말기 문신 김주, 학자 박운 등의 위패가 모셔진 서원으로 탐방로를 걷다 지친 이들에게 낙동강의 풍경을 감상하며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월암서원을 지나 조금만 내려가다 보면 알록달록한 전망대 건물이 하나 눈에 띄는데 이곳이 도개전망대이다.

이곳은 낙동강과 도개면을 한눈에 전망할 수 있는 곳으로, 360도 전망대에서 강물 위로 노을이 지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 해질녁 일몰을 감상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다.

도개면의 아름다움을 더욱 느끼고 싶다면 절벽 위에 세워진 사찰 문수사, 신라불교의 시작 신라불교초전지 등 주변의 역사·문화시설을 방문해 웰니스 여행을 즐기는 것도 추천한다.

7구간 ‘역사속으로’일선리문화재마을.
7구간 ‘역사속으로’는 낙동강문화생태탐방로 코스 중 가장 구간이 긴 14㎞ 코스이며 편도로 5시간이 소요되는 구간이다.

이곳은 ‘자전거길’과 함께 ‘걷기 좋은 길’이 이루어져 있어 많은 트레킹족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길 중 하나이다.

‘역사속으로’ 구간은 명칭처럼 주변에 문화재가 많이 위치한 곳으로 임하댐공사로 마을을 통째로 옮겨놓은 일선리문화재마을을 비롯, 삼한시대 부족국가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낙산리고분군, 의로운 개의 무덤 의구총, 낙산리삼층석탑, 석조여래좌상이 모셔져 있는 보천사, 도리사 등 다양한 문화재와 사찰이 탐방로 주변에 위치하고 있어 탐방로를 기점으로 주변 문화재를 찾아가는 재미를 더하는 코스이다.

8구간 ‘물소리로’ 철새 비상.
8구간 ‘물소리로’는 숭선대교(보천사)에서 양포파크골프장 까지 11㎞로 구성된 구간으로 해평취수원 주변으로 철새도래지가 있어 겨울이면 수백 마리의 고니들이 머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두루미, 재두루미, 독수리 등 도심에서 잘 볼 수 없는 조류들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낙동강과 성수천이 만나는 곳에서부터 설치되어 있는 수상 데크는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으로 강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주어 많은 이들이 마음의 안식을 찾기 위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9구간 ‘동락노을속으로’ 노을
9구간 ‘동락노을속으로’길은 동락신나루에서 남구미대교까지 약 5㎞ 구간으로 동락공원을 중심으로 조성된 길이다.

동락공원에는 봄이면 만개하는 벚꽃 터널을 따라 걸을 수 있어 낭만적인 데이트 코스로 알려진 곳이며, 민속정원과 국궁장, 과학관 등 다양한 부대시설들이 공원 내에 있어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하러 함께 오기 좋다. 특히 이곳은 반려견 놀이터가 있어 반려견과 함께 가볍게 산책하기도 좋은 코스이다.

‘동락노을속으로’ 구간의 주변 명소로는 낙동강 동락나루를 전망대로 복원해놓은 ‘동락신나루’, 배롱나무가 예쁜 동락서원

등이 있다.

△ 낭만과 치유의 장.

낙동강문화생태탐방로를 걷다 보면 다양한 문화재와 자연생태를 볼 수가 있는데, 강변을 따라 조성된 다양한 꽃들이 탐방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중 낙동강체육공원 내에 핑크뮬리, 억새밭은 포토존 명소로 SNS를 통해 널리 알려져 인생샷을 남기려는 많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낙동강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일출과 새벽 물안개를 보기 위해 구미캠핑장에 머무르는 낭만적인 여행객들 또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심으로 구미캠핑장의 경우 지난해 약 21만 명이 방문했다.

팬데믹 이후 행복과 건강을 추구하는 웰니스 여행객이 늘어남에 따라 산과 들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잘 조성돼 있지 않아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낙동강문화생태탐방로’의 굽이굽이 모난 길을 걸으며, 낙동강이 지나온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살아 숨 쉬는 자연환경을 만끽하다 보면 진정한 건강과 행복의 가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철민 기자
하철민 기자 hachm@kyongbuk.com

부국장, 구미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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