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재 훈(포항강변교회 목사)

대중가요 가수 중 이효정 가수가 있다. 그가 부른 노래 중에 〈우리 어머니〉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다. 그 가사를 보면 이렇다.

〈긴 머리 땋으시고 은비녀 꽂으시고 옥색치마 차려입고 사뿐사뿐 걸으시는 천사처럼 고왔던 우리 어머니 여섯 남매 배곯을까 치마끈 졸라매고 가시밭길 헤쳐 가며 살아오셨네. 헤진 옷 기우시며 긴 밤을 지새우던 어디선가 부엉이가 울어 대면은 어머님도 울었답니다./ 긴 머리 빗어내려 동백기름 바르시고 분단장 곱게 하고 내 손잡고 걸으실 때 마을 어귀 훤하셨네. 우리 어머니 여섯 남매 자식걱정 밤잠을 못 이루고 칠십 평생 가시밭길 살아오셨네. 천만년 사시는 줄 알았습니다. 떠나실 날 그다지도 멀지 않아서 막내딸은 울었답니다.〉

솔직히 내 신분에 걸맞지 않지만 부모님 생각이 나면 이 노래를 한 번씩 듣곤 한다. 들으면서 십 남매 키우느라 고생만 하시다 가버리신 부모님 생각에 눈시울을 적시기도 한다. 천만년 사실 줄 알았는데 내가 철이 들고, 인생이 무엇인가 알만하니 이미 가 버리고 계시지 않음에 대한 후회가 밀려올 때가 많다.

부모와 자식 관계는 참으로 묘하다.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고, 자식은 좀 더 기다려 달라고 한다. 부모가 떠나고 나면, 자식은 그 때서야 비로소 부모의 삶을 이해하고 찾아보려고 한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아깝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식은 일단 모아놓고 그 다음에 어떻게 해 보려고 한다. 그래서 부모와 자식 사이는 늘 어긋나는 관계라고 생각해 본다. 문제는 자식이 언제쯤 철이 드느냐? 이다. 철이 든다는 것은 부모의 입장을 이해하고, 부모가 살아온 삶이 어떠했는가? 를 깨닫게 되는 때를 말한다. 사람이 언제쯤 철이 들까? 일정한 나이가 없다. 그래서 제 각각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를 위해 효도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른이 되어도 부모와는 상관없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내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관계가 있다. 바로 부모와 자식 관계이다. 이것을 천륜이라고 한다. 즉 하늘이 맺어 준 관계라는 말이다. 이것은 끊을 수 없다. 바꿀 수가 없다. 변경할 수 없다. 그 외의 관계는 인륜이다.

내가 선택하는 관계이다. 부부 사이가 그렇다. 배필이라고 한다. 천생연분이라고 한다. 한 몸이라고 한다. 그러나 부부 사이는 헤어지면 남남이 되는 관계다. 그것은 법적으로 맺어진 관계일 뿐이다. 부모와 자식 관계 외에는 모든 만남은 내가 선택하거나, 선택된 만남에 불과하다. 그 만남에는 〈반드시〉라는 조건은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서로 〈잘 해보자〉라고 하는 관계가 되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부부도 하나님이 맺어 준 관계일 수 있다. 그러나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와는 같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들에게는 부모를 공경하고 순종하는 것이 하늘의 법으로 주어져 있다. 이것을 지켜 행하는 자에게는 땅 위에서 잘되고 장수하는 복이 약속되어 있다.

자녀는 부모의 기쁨의 존재여야 한다. 자녀는 부모에게 기쁨을 안겨주는 존재여야 한다. 기쁨을 드릴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음에 긴박감을 가져야 한다. 오늘이 아니면 아니 될 시간임을 기억하고 살아야 한다. 부모를 어떻게 기쁘게 해 드릴 것인가?의 고민을 하는 삶이 필요하다. 부모는 우리가 기쁨을 준비하는 기간을 기다려 주지 않으신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람이 두 아들이 있었는데 어느 해인가 아버지의 회갑을 맞이했다. 그런데 둘째 아들이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해서 아버지 회갑 잔치를 자기 집에서 하겠다고 했다. 잔치 날이 되니 소 잡고 돼지 잡는 등 음식이 푸짐했고, 축하객들도 이렇다 할 고관들, 회사 사장들이 줄을 이었다. 춤추고 노래하고 튼 축제 분위기를 이루었다. 그런데 기뻐하고 즐거워해야 할 부모의 마음은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맏아들이 아침에 큰 상을 차릴 때에 잠시 보이고는 하루 종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땅히 맏아들 집에서 잔치를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동생 집에서 하게 되니 자격지심에서 체면이 있고 해서 아예 얼씬도 안하는 것이었다.

〈저게 자기 잘난 체하지 말고 형의 입장도 생각해서 형제간에 우애 있게 그 돈 반만이라도 형에게 주어서 형의 집에서 회갑잔치를 하게 했더라면 자기도 칭찬 듣고 형도 좋아서 하객들을 잘 맞이하고 할텐데..〉 라는 마음으로 하루 종일 얼굴 한 번 내밀지 않고 있으니 부모의 마음이 기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어버이 날을 지나면서 잠시 가신 어버이 추억해 본다. 좀 더 기다려 주시 않으시고 가 버리신 어버이가 야속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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