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훈기자

대구 동구청 인사(人事) 기사(2008년 12월 31일자 8면 보도)가 나간 후 격려와 비판이 동시에 일었다.

'잘못된 일은 알리고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인사 원칙론과 '아직까지 공무원 조직은 연공서열 인사가 불가피하다'는 단체장 동정론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기자도 이번 기사를 쓰기 전 고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는 취재를 하면 할수록 더했다. 내부 사정을 알고 취재할 때는 불이익을 생각해 갑자기 함구하는 이도 있었다.

"비단 동구청 인사만은 아니다."

연공서열과 합의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내부 직원의 항변이다. 인사는 그 때 상황에 따라 급변할 수 있고, 단체장이 올바른 판단으로 적절한 인사를 했다는 답변이었다.

하지만 그도 취재 말미에 보는 시각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겠다고 시인했다.

동구 한 구의원은 인사쇄신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금까지 연공서열식의 인사를 참고 기다려온 직원들이 모두 다 퇴직할 때까지 어쩔 수 없다는 극단적인 표현도 했다.

그는 "공무원이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것은 때가 되면 승진하고, 정년 때 퇴직하는 것 때문이 아니겠냐.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합의인사, 보은인사는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이번 인사 기사의 관심은 동구청 내부가 아니라 오히려 밖에 있었다. 다른 구청 직원들은 어떻게 동구청장이 그런 인사를 할 수 있었냐는 물음을 해왔다. 그의 취임초 인사는 원칙과 소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물론 후반기 재선을 염두 한 처사라는 조심스런 전언도 있었다.

그러나 동구청 인사가 나간 후 구청 안에서는 조용했다. 기사가 잘못되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모 직원도 일언반구도 없었다. 되레 다른 구청 직원들이 기사의 내용을 물어왔다. 그러면서 대부분 '잘못된 것은 맞다'며 인사 원칙론에 손을 들어주는 이가 많았다. 이는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였다.

곡목구곡목(曲木求曲木). "우리를 만들 때 처음부터 굽은 나무를 쓰게 되면 다음에 이어서 붙일 나무도 굽은 나무를 쓸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우리 전체가 구부러지고 만다"

인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고사성어다. 부디 삼척동자도 아는 것을 인사권자들이 간과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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