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라미 전 유럽연합(EU) 통상담당 집행위원(프랑스)이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에 내정됐다.

13일(현지시간) WTO 소식통들에 따르면 라미 전위원은 3인 경선관리위원회가 비공식적으로 회원국들을 상대로 의향을 타진한 결과, 경쟁자인 페레스 델 카스티요 전 WTO 일반이사회 의장(우루과이)에 확고한 우위를 보였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라미 후보는 148개 회원국 가운데 최대 90개국으로부터 지지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미 후보는 이미 EU 25개국은 물론 전대륙에 거쳐 고른 지지를 받아 우세가 예견됐었다.

앞서 4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한 1,2 라운드의 지지도 조사에서 라미 후보에 열세를 보였던 카스티요 후보는 WTO일반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해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과 개도국 출신임을 내세워 막판 뒤집기를 노렸으나 역부족을 실감해야 했다.

아미나 모하메드 경선관리위원장(케냐)은 13일 오전 프랑스와 우루과이 대사에게 두 후보에 대한 회원국들의 지지도를 통보했고 같은 날 오후 3시부터 회원국 대사들을 불러 라미 후보의 추천을 공식으로 밝힐 예정이다.

카스티요 후보는 자국 대사를 통해 이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직후 결과를 수용하며 후보를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라미 후보의 지명과 그의 장도에 축하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경선관리위원회의 권고는 비록 구속력은 없으나 이를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라미 후보의 내정은 사실상 확정적이다.

WTO관측통들은 일부 회원국의 라미 후보 내정을 저지할 수 있지만 WTO를 분열로 몰고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WTO사무총장 지명은 투표가 아닌 회원국의 총의(콘센서스) 형식을 취하고 있다.

라미 후보 지명은 이런 점에서 사실상 요식 절차만을 남겨둔 셈이다. WTO는 26일 일반이사회회를 개최해 라미 후보 내정을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사무총장 취임은 오는 9월로 예정돼 있다.

당초 차기 WTO 총장 경선은 파스칼 라미 전 유럽연합(EU) 통상담당 집행위원과 페레스 델 카스티요 전 WTO일반이사회 의장, 루이스 펠레페 세이하스 코 레아 브라질 대사, 자야크리슈나 쿠타레 모리셔스 통상장관이 경합하는 구도였다.

그러나 지난달 1,2회에 걸친 내부 협의 과정에서 브라질과 모리셔스 후보가 각각 탈락하고 프랑스 출신인 라미 후보와 우루과이 출신인 카스티요 후보의 2파전으로 압축된 가운데 최종 협의 과정이 진행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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