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는 악처로 유명하다. 그녀는 평소 남편에게 온갖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 쥐어패기까지 했다. 보다 못한 어떤 사람이 물었다. "무엇때문에 그런 악처를 데리고 삽니까" "훌륭한 기수(騎手)는 성질이 가장 사나운 말을 고르는 법이오. 그런 말을 달래서 탈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말인들 못 타겠소. 내가 지금 크산티페만 달랠 수 있다면 다른 어떤 성질 고약한 사람과도 잘 친해질 수 있지 않겠소" 소크라테스는 비록 악처로 소문났지만 그 아내를 험담하지 않고 남의 비난으로부터 보호해주었다.

세계적인 실존주의 철학자 야스페르스가 8세 연상의 아내인 게르토르토 마이아를 만난 것은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 재학중일때였다. 둘은 첫눈에 서로 이끌려 결혼했다. 졸업후 모교의 교수가 된 야스페르스는 아내와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나치스가 정권을 잡자 두 사람에게 시련이 닥쳤다. 아내가 유대인이었기때문. 나치스는 야스페르스에게 아내를 택할 것인가, 교수직을 택할 것인가, 양자택일을 명령했다. 야스페르스는 "아내가 없으면 철학도 없다"고 애원했으나 먹혀들지 않았다. 결국 그는 교수직을 버리고 아내를 택했다.

그의 시련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아내가 비밀경찰들에게 언제 끌려가게될 지 모르는 불안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1945년 나치독일이 항복할때까지 8년의 세월을 아내가 비밀경찰에 끌려가지 않도록 아내곁에서 그림자처럼 붙어 있었다. 만약 양자택일을 강요받은 야스페르스가 아내를 버렸다면 그는 비겁한 남편이라는 낙인과 함께 사랑하는 아내와 자신의 평생과업인 철학마저 잃었을 것이다. 야스페르스는 끝까지 아내를 보호해 아무 것도 잃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 책임을 부인 권양숙여사에게 떠넘겨 국민들로부터 "노무현 답지도 않고, 남자 답지도 못하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박회장으로부터 13억원을 받은 것에 대해 "저의 집(부인)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 사용한 것"이라 밝혀 '부인 뒤에 숨는 모습'을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이 부인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은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위상과 남편으로서의 위신을 다 잃어버린 자충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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