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희
떠오르지 않는다
환장할 노릇이다
부레도 없는 인간이 바다로 갔다는 것
파도가 뒤통수를 쳤다는 것
합동 분향소는 텅텅 비어있다는 것
아득한 노릇이다
<감상>바다에 나가서 실종된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환장하지도 말고, 울지도 말고, 아득하게 정신을 잃지도 말아라! 이런 허공에 메아리치는 목소리가 화자의 내면에 울린다. 부레도 없는 인간이 파도와 싸우는 것도, 합동 분향소가 텅 비어있는 것도, 허망한 삶의 일면(一面)일 뿐이다. 삶은 무모하고 공허한 빈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렇다, 산다는 것은 늘 실종과 실종의 연속, 그 텅빈 분향소인지 모른다. 조신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