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부동 전적지서 6월 한달간 '6·25전쟁 사진전시회'
장갑차·곡사포·전차 등 다양한 전투장비 야외 전시

다부동 전적지 옆에 있는 구국용사충혼비

…(전략)…사람들아 묻지를 말아라 이 황폐한 풍경이 무엇 때문에 희생인가를/ 고개들어 하늘에 외치던 그 자세대로 머리만 남아있는 군마의 시체/ 스스로의 뉘우침에 흐느껴 우는 듯 길 옆에 쓰러진 괴뢰군 전사/ 일찍이 한 하늘아래 목숨받아 움직이던 생령들이 이제/ 싸늘한 가을 바람에 오히려 간고등어 냄새로 썩고 있는 다부원/ 진실로 운명의 말미암음이 없고 그것을 또한 믿을 수가 없다면 이 가련한 주검에 무슨 안식이 있느냐/ 살아서 다시 보는 다부원은 죽은 자도 산 자도 함께 안주의 집이 없고 바람만 분다.

포항 학도의용전승기념관 뒷편에 있는 포항지구 6.25 전적비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자 다음주 25일(목)은 6.25 전쟁이 발발한 지 49년이 되는 날이다. 6.25는 외침이 아닌 동족간, 그 역사적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6월이 오면, 6.25 전쟁의 비극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왜 같은 동족끼리, 원수보다 더 잔인하게 총부리를 겨누었을까.

6.25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남·북한과 유엔군 모두 합쳐 200여만명 이상이 죽거나 다쳤다. 짧은 기간동안 동족간의 싸움으로 이같이 많은 사상자를 낸 경우는 역사적으로 그리 흔치 않다. 또다시 이 땅에서 6.25전쟁과 같은 동족상잔의 비극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그러나 6.25 참전용사를 비롯 60살이 넘는 6.25 전쟁을 겪은 세대는 점점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대신 전후 세대가 이 땅의 주인이 됐다. 하지만 그들이 과연 6.25의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을까. 이번주는 자녀들과 함께 6.25전쟁의 치열했던 전적지나 기념관을 찾아보자. 그리고 전쟁으로 숨져간 호국영령의 영혼을 위로하는 한편 전쟁의 참혹상을 되새기자. 대구·경북에서는 6.25전쟁 당시 전투가 치열해던 곳은 칠곡군 가산면 다부리 '다부동 전투'와 포항 '포항(형산강) 전투' 등을 들 수 있다. 다부동 전투는 대구 사수의 마지막 보루였고, 형산강 전투는 낙동간 최후 방어선이었다. 특히 다부리에는 다부동 전적기념관이 있으며, 포항시 북구 용흥동 탑산에는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이 있다. 이 두곳을 찾아 당시 참혹했고, 치열했던 양 전투를 알아본다.

▨다부동 전적지

칠곡군 가산면 다부리는 영남의 젖줄 낙동강과 유학산(839m), 가산(902m) 등 대자연의 정기가 서려 있는 곳이다.

이 일대는 임진왜란에서 6.25전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전쟁을 겪은 요새이자 치열했던 전쟁터이기도 하다.

다부동전투는 1950년 8월1일부터 9월24일까지 국군 제1사단, 제8사단 10연대, 제7사단 3연대 1대대, 미 제1기병사단, 미제25사단 27연대, 미 제2사단 23연대가 북한군 1사단, 13사단, 15사단, 3사단과 55일간에 걸쳐 전투를 한 혈전장이다. 55일 동안 이곳 전투에서 아군은 1만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북한군은 1만7천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8월 한여름 북한군은 이 낙동간 방어선을 돌파하기 위하여 총공격을 감행했다. 이에 맞서 아군은 불퇴전의 투혼으로 그 기세를 꺽고 총 반격의 발판을 마련한 곳이다.

당시 북한군 야포의 사정거리는 20㎞ 였으며, 칠곡 왜관에서 대구까지 거리는 25㎞였다. 만약 왜관을 빼길 경우 이곳에서 10㎞ 후방인 도덕산(660m)까지 북한군이 장악함으로써 대구를 비롯 부산까지 밀리게 되는 형국이었다. 이때문에 다부동전투는 피아 모두 사활을 건 싸움이었다.

가는 길은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해 다부IC로 빠져 나와 우회전하자마자 2~3분거리에 바로 다부동전적기념관이 보인다. 2국도(5호선)를 이용할 경우 대구에서 칠곡까지 승용차로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접근성이 좋아 굳이 마음먹고 가지않아도 오가다 들를 수도 있는 잇점이 있다.

마침 6월 한달간은 6.25전쟁의 참상를 찍은 사진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기념관은 지난 1981년 11월에 개관했으며, 1995년 6월에는 바로옆 터에 구국용사충혼비와 구국관을 개관했다.

또 야외 전시장에는 장갑차와 곡사포, 직사포, 야전포병화기, 전차, 격추기, 항공기, 나이키유도탄 등 다양한 전투장비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관 실내에는 격전의 현장이었던 왜관지구에서 수집한 권총과 따발총, 수류탄, 야전삽, 탄환 뿐 아니라 남침 지령문, 전쟁시 남북한군 군사력 비교, 인민재판 과정, 피에 젖은 태극기, 민간인 학살 장면, 인천 상륙작전 등 6.25 전쟁 당시 사용했던 각종 장비는 물론 기록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비참한 천막촌 생활, 전쟁포로 송환장면, 녹 쓴 철모와 철마 등의 사진을 보노라면 가슴이 아려온다.

전적기념관 한쪽에는 다부동전투의 생생한 모습을 적은 조치훈의 '다부원에서'란 제목의 시비가 조용히 서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다부동 전적지을 관람한 후 인근 가산산성도 한번 둘러보는 것이 괜찮을 듯 하다.

해발 902m~600m의 산골 계곡을 이용해 쌓은 방어 성곽으로 등산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관광 문의는 칠곡군청 새마을과 관광문화재담당 054-979-6063.

▨포항 학도의용전승기념관

6.25전쟁 당시 포항은 낙동강 최후 방어선으로 육군 제3사단 소속 학도의용군 71명이 포항여중(현 포항여고) 전투에 단독으로 참전했다. 특히 포항여중 전투는 학도의용군(포항중, 동지중, 수산중) 김춘식외 47명이 꽃다운 나이에 산화한 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학도의용군이 희생된 격전지로 유명하다.

포항출신 생존 학도의용군들은 지난 1979년 8월부터 포항시 북구 용흥동 해양경찰서 뒤 탑산에 터를 잡고 학도의용군 전적물 보존 및 추념행사를 해오고 있다. 1996년 6월 청와대 등 각계에 건의하는 한편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 건립을 추진, 2002년 7월에 기념관을 개관식을 갖게됐다.

부지 4,062㎡에 연면적 903㎡(2층)으로 1층은 전시실, 안내실, 사무실, 2층은 시청각실, 세미나실, 수장고 등으로 되어있다. 설날, 추석연휴 및 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 오후 6시까지이며, 관람소요 시간은 40여분이면 된다. 전시실에는 6.25전쟁 당시 사용했던 각종 무기류와 유품 등 100여점과 각종 사진이 전시돼 있다. 이와함께 기념관 바로 뒤에는 포항지구 6.25전적비(1980년 건립)와 전몰학도 충혼탑이 세워져있다. 문의는 학도의용군전승기념관(054-247-8000)이나 포항시청 문화관광과(054-270-2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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