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전

소주잔에 산이 떠 있다.

포장마차의 매운 연기 속에서

파르르 풀려 나오던 산이

어느새 시퍼런 강을 건너갔다.

산은 나를 보고 있다.

내 귀가 산으로 열렸을 때

산은 지긋이 제 가슴을 열고

나 또한 마음을 풀어헤친다.

소주잔에 산이 찰랑찰랑 떠 있다.

단숨에 홀짝 마셔 버렸다.

내 안으로 들어선 산은

실핏줄 따라 흘러

온몸은 나무가 되어 일어선다.

<감상>산이 좋아 산에 안겼다가 돌아오지만, 오매불망(寤寐不忘) 그리워하는 마음이 한층 더 몸서리친다. 귀갓길이 선하여 포장마차에 앉아 소주 한 잔 기우리는데, "소주잔에 산이 찰랑찰랑 떠 있다." 산아! 어쩌란 말이냐? 가눌 수 없는 가슴이 마구 뛴다. 파란 연기 속으로 강을 건너 잔 속에 들어온 산을 단숨에 들이킨다. 온몸 실핏줄에 전율감이 휘감긴다. 한 그루 나무로 잉태되는 엑스터시(ecstasy)! (조신호 시인)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