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개혁 패키지 발표
지역 필수의사제·수가 도입
급여·비급여 '혼합진료' 금지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브리핑을 하며 필수의료 패키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연합
정부가 중증 응급환자를 다루는 필수의료 분야로 의사들을 유도하기 위해 향후 5년 동안 10조 원 이상을 투입해 의료 수가를 집중적으로 인상한다.

정부는 또, 지역의 의사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장학금·수련비용·거주비용을 지원받은 의사가 일정 기간 지역에서 근무하는 ‘지역필수의사제’를 추진하고, 불가피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소송을 제한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도 추진한다.

다만 이 같은 특례 제도에 미용·성형 분야는 제외되고, 임상 수련 경력이 없는 일반 의사들이 미용·피부 분야에서 근무할 수 없도록 ‘임상 의사 면허’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1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개최한 민생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복지부는 지역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지역필수의사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학과 지자체, 의대생 등 3자가 계약해 의대생이 장학금과 수련비용 지원, 교수 채용 할당, 거주 지원 등의 혜택을 받는 대신 일정 기간 해당 지역에서 근무하는 ‘지역의료리더 육성 제도’, 의사가 충분한 수입과 거주 지원을 보장받고 지역 필수의료기관과 장기근속 계약을 맺는 ‘지역필수의사 우대계약제’ 등을 추진한다.

지역의사제는 대학 입시 단계에서 지역에서 근무할 의사를 뽑아 법으로 지역 근무 의무를 부여하는 방식인데, 법이 아니라 계약을 통해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라는 차이가 있다.

대학입시에서 지역인재 전형의 지역출신 의무선발 비율도 대폭 높인다.

지금은 비수도권 의대 정원의 40% 이상(부산대, 전남대, 경상대 등 일부 대학은 80%)을 지역 인재를 뽑도록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 비율을 크게 높이겠다는 것이다.

필수의료가 취약한 지역에는 더 높은 수가를 적용해주는 ‘지역수가’를 도입하고, 필수의료 인력·인프라 확충과 역량 강화 지원에 사용할 ‘지역의료발전기금’ 신설도 고려한다.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상급종합병원, 2차 병원(병원·종합병원), 전문병원, 의원 등 각 급별 의료기관도 기능에 맞게 재정비하고, 필수의료에 특화한 2차 병원을 육성해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혁신형 수가 제도’도 내년부터 적용한다.

복지부는 의료계의 요구가 컸던 의료 사고에 대한 형사처벌과 고액 배상 부담 완화도 추진한다.

모든 의료인을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하도록 하고, 의료사고에 대한 공소 제기를 면제해주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연내 추진한다.

다만 이런 특혜는 환자 동의와 의학적 판단 근거가 있을 경우, 의료분쟁 조정·중재에 참여할 경우로 제한하고 사망사고와 미용·성형 분야는 특례에서 제외할지를 좀 더 논의한다. 필수 의료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감면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도 확대한다. 의료인의 과실이 없는 분만 사고에 대해 국가가 70%를 보상하던 것을 100%로 높이고, 보상금 한도도 큰 폭으로 올릴 방침이다. 의학적으로 입증이 될 경우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대상을 분만 외에 ‘소아 진료’ 등으로 넓히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정부는 특히,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2028년까지 10조 원 이상을 투입해 관련 수가도 집중적으로 인상한다. 난이도, 위험도, 숙련도, 대기·당직 시간 등을 고려한 ‘공공정책수가’를 추가로 주는 방안을 분만, 소아 분야에 우선 적용한다.

중증·필수의료 인프라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사후에 보전하는 ‘대안적 지불제도’도 도입한다.

이 밖에 임상 수련을 마친 의사에게만 개원할 수 있는 면허(임상의사 면허)를 주는 방안을 도입하는 등 의사 면허 체계도 손 볼 계획이다.

복지부는 환자의 의료비 부담 증가와 필수의료 분야 의료인력 유출의 주범으로 꼽히는 비급여 진료 분야도 손을 댄다.

비급여는 비용을 국민건강보험이 아닌 환자 본인이 부담한다. 실손보험 도입 후 수입을 늘리려는 의료기관과 보험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비급여 진료가 급격하게 늘었고, 그만큼 환자의 부담도 커졌다.

이에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 중증이 아니면서도 비급여 이용이 많은 진료 행위에 대해 비급여와 급여를 섞어 사용하는 ‘혼합진료’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복지부와 금융위원회, 의료계, 소비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사보험협의체’를 구성해 실손보험 상품 개발과 변경 시 사전협의하도록 제도화한다.

미용의료는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하고 사회적 논의를 거쳐 의사가 아니어도 시술할 수 있도록 자격 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영국, 캐나다 등은 의료적 필요성이 낮고 안전성이 확보되는 일부 미용의료 시술에 대해 별도의 자격 제도와 관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대통령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이번에 발표한 대책 중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한 과제에 대해 1년 동안 논의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의료사고특례의 쟁점이나 비급여 제도 개선, 수련·면허 개편, 지역필수의사제, 지역의료기금 등의 과제에 대해 공론화하고 정책을 구체적으로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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