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청한 황희찬에 손흥민 양보‘…황희찬 “실축 부담 조금도 없어”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대표팀 황희찬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연합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호주와 8강전 승리는 사실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는 두 한국인 공격수의 ’합작품‘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호주를 2-1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후반 막판까지 0-1로 끌려간 클린스만호는 매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이 ’뒷심‘의 중심에 바로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있었다.

손흥민이 후반 추가 시간 단독 드리블 돌파로 루이스 밀러의 반칙과 페널티킥을 유도하면서 한국에 동점 기회가 왔다.

클린스만호의 페널티킥 ’1번 키커‘는 주장이자 간판 손흥민이다.

그런데 이번 페널티킥은 황희찬이 찼다. 황희찬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망설임 없이 강슛을 날려 매슈 라이언 골키퍼가 지키던 호주 골문을 열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황희찬은 “내가 흥민이 형한테 차고 싶다고 했고, 흥민이 형도 바로 ’오케이‘ 해줬다. 그래서 자신 있게 마무리할 수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표 선수로 뛰는 경기에서 모든 동작에 책임감이 많이 따른다. 당연히 페널티킥도 나만의 슛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황희찬은 실축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는 “그런 부담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페널티킥을 차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자신이 있었다”며 “그렇게 차기까지 많은 노력과 준비가 있었다. 그래서 자신 있게 나가서 찼다”고 말했다.

손흥민도 “내가 1번 키커라는 건 변함이 없지만 힘들기도 했다. 희찬이가 자신 있는 모습으로 차고 싶다고 말했다”고 이 순간을 돌아봤다.

손흥민은 “희찬이도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힘을 내서 (골을) 넣었다는 게 중요하다”며 “누가 차든 상관없다. 팀에 도움을 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둘의 합작품은 연장전 전반에 한 번 더 나왔다.

연장 전반 12분 황희찬이 특유의 저돌적인 돌파를 선보여 호주의 위험 지역에서 반칙을 끌어냈다.

황희찬의 분전 덕에 페널티박스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프리킥 기회가 클린스만호에 돌아왔다.

이 프리킥의 키커로는 손흥민이 나섰다.

손흥민은 가까운 쪽 골대를 향해 강하게 오른발로 감아 찼다. 손흥민의 발을 떠난 공은 라이언 골키퍼가 쳐낼 새도 없이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황희찬은 “(경기) 후반으로 가면 우리가 계속 좋은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정말 마땅하게 승리해야 할 경기가 아닌가 싶다”며 “우리가 원하는 큰 목표를 이루려면 다음 경기를 꼭 넘어야 한다. 우리는 그럴 준비가 돼 있고,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회 개막에 앞서 부상을 당해 조별리그 기간 제대로 뛰지 못한 황희찬은 아직도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부상을 생각하지 않고 전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황희찬은 “솔직하게 말씀드린다. 100%는 아니다. 하지만 그냥 100%라고 생각하고 계속 뛰는 것 같다”며 “다른 건 생각할 겨를이 없다. 무조건 스프린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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