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이 경기도 성남시 위례지구에 건립 추진 중인 미래기술연구원 분원 기공식을 지난달 취소했다.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장인화(69) 전 포스코 사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한 시점과 겹쳐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포스코가 경기도에 분원을 짓기로 한 이후 포항 지역민들이 줄곧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포스코가 성남 위례지구에 건립기로 한 미래연구원은 규모가 포항 본원의 20배 이상 돼 기형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분원 건립을 반대하는 지역민들은 이처럼 경기도에 대규모 분원을 건립하면 포항 본원은 형식적인 기능만 유지할 뿐 사실상 분원에 대부분 연구 인력이 상주하고 관련 연구도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포스코는 우리나라 5대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비수도권인 포항에 본사를 두고 있다. 포항은 또한 국내 5대 대학 중 하나인 포스텍을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비수도권 도시다. 근대 이후 도시발전의 원동력은 대학과 기업이다. 이런 점에서 포항은 도시 발전의 매우 이상적인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박태준 포스코 창업 회장이 포스코 설립과 함께 진행한 교육과 관련 연구 인프라가 그 기반이다.

후추위가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로 낙점한 장 전 포스코 사장은 1988년 포항산업과학기술원(RIST)에 입사한 이래 강구조연구소장, 기술연구원장 등을 역임해 누구보다 연구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이해가 높을 것이다. 포스텍이 학교법인과 경북도, 정부로부터 향후 10년간 투자받는 1조2000억 원으로 ‘포스텍 2.0’으로 명명한 제2의 건학 사업에 들어갔다. 포스코는 이 같은 상황을 참작해 연구소의 위치는 물론 기능과 역할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을 할 필요가 있다.

연구 인력을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양성할 포스텍과 기존 철강 분야 연구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RIST를 기반으로 하는 미래기술연구원의 청사진을 다시 그려야 한다. 포항에는 국내외 연구자들이 대기 줄을 서고 있는 방사광가속기연구소도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보스턴-케임브리지 클러스터처럼 포스텍을 중심으로 한 혁신적 발전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포스코가 나서서 지역민과의 갈등을 풀고, 포스텍을 기반으로 한 미래기술연구원 운영 방향을 모색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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