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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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아기의 말랑한 뼈와 살을 통째로 안고
산후조리원 정문을 나온다 아직
아기의 호흡이 여자의 더운 숨에 그대로 붙어 있다
빈틈없는 둘 사이에 끼어든 사내가
검지로 아기의 손을 조심스럽게 건드려 본다
아기의 잠든 손이 사내의 굵은 손가락을
가만히 움켜쥔다

[감상] 산후조리원 동기를 ‘조동’이라고 한단다. 학부모 상담할 때도 “그 애 엄마랑 저랑 조동”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여동생은 오래전 ‘조동’과 여전히 언니, 동생처럼 지낸다. 혈연, 지연, 학연보다 ‘조동’의 유대감이 더 끈끈한 것은 아이가 자라면서 겪는 갈등과 고민과 어려움을 긴밀하게 공유하기 때문일 것이다. 2주간 산후조리원 일반실 평균 이용료가 326만 원이라고 한다. 가장 비싼 곳은 서울 강남의 조리원인데 3800만 원이라고 한다. 문제는 값비싼 산후조리비가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총비용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현재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78, 세계 최저인 출산율은 분기마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질까. 동물의 본능은 종족 번식이다. 그런 근원적인 본능까지도 짓누르는 생존의 무게를 덜어낼 묘안은 없을까. 이제 막 산후조리원에서 나온 “여자와 아기와 사내”의 앞날에 무한한 사랑과 믿음과 축복이 있기를.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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