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미술관여행 표지
‘북유럽’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단연 ‘행복’이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핀란드로, 벌써 6년 연속 1위다. 덴마크는 5년 연속 2위, 스웨덴과 노르웨이도 각각 6위와 7위를 차지했다.

우리는 북유럽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를 그들의 복지나 휘게 등의 라이프스타일에서 찾아왔다. 그런데 사실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데 그들의 문화예술 공간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북유럽 미술관은 서양미술사를 장식한 거장들뿐 아니라 동시대 미술의 스타 작가는 물론, 북유럽 근현대 미술가들의 작품까지 만날 수 있다. 미술 애호가들의 걸음이 북유럽으로 향하고 있는 이유다.

‘북유럽 미술관 여행’(이은화, 상상출판)은 그러한 흐름에 발맞춰 북유럽 문화예술을 알고 싶거나 미술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지침서가 되어 준다. ‘뮤지엄 스토리텔러’ 이은화가 선별한 30곳의 미술관 및 문화 공간은 버려진 산업시설을 재활용한 곳부터 귀족의 저택을 개조하거나 3,900원짜리 은그릇에서 영감을 얻은 건물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각 미술관의 대표작과 그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도 흥미를 자아내며, 서양미술사와 현대미술의 경향까지 살필 수 있다. 미술은 물론 저자의 경험이 담긴 여행적 요소를 통해 북유럽 미술관의 생생한 현장을 만나보자.

‘북유럽 미술관 여행’은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그리고 네덜란드의 미술관과 문화 공간을 소개한다.

네덜란드가 왜 북유럽이냐고 물을 수 있을 것이다. 미술사에서는 이탈리아, 그리스, 로마 등 남유럽 미술에 대한 상대적 개념으로 네덜란드도 북유럽으로 분류된다. 네덜란드 화가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북구(북유럽)의 모나 리자’라고 부르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책에서는 나라별로 장을 나누어 각 미술관의 성격과 특성을 고려해 순서를 배치했다. 특히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색적인 미술관을 여럿 담았다. 노르웨이의 울창한 숲속에 있는 ‘키스테포스 뮤지엄’은 강 위에 떠 있는 비틀린 다리 모양의 갤러리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덴마크의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은 자연과 어우러져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불린다. 스웨덴 왕자가 살았던 ‘에우옌 왕자 발데마르수데’는 다양한 미술품에 더해 귀족적 인테리어를 보는 재미가 있다. 초현실적인 외관으로 단숨에 도시의 랜드마크가 된 핀란드 헬싱키의 ‘아모스 렉스’와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데포 보이만스 판뵈닝언’의 탄생 스토리도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각 나라의 주요 미술관 외에 공공도서관 등의 문화 공간도 소개한다.

그중 노르웨이의 데이크만 비에르비카는 미래 도서관 프로젝트로 유명하다. 오슬로 근교 숲에 1,000그루의 묘목을 심고 100년 후 그 나무를 이용해 작가 100인의 책을 만드는 것이다. 2019년에는 소설가 한강이 아시아 작가 최초로 선정되어 ‘사랑하는 아들에게’라는 제목의 미발표 원고를 전달하기도 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독자들을 위한 공공예술 프로젝트로 100년의 기다림을 품은 셈이다.

2021년 개관한 새로운 뭉크 미술관은 재활용 자재를 활용하여 지어진 친환경 건물이다. 대표 소장품인 세 점의 ‘절규’ 시리즈는 한 시간에 한 점씩 돌아가며 공개된다. 미술관은 이를 ‘미래 세대를 위한 조처’라고 밝힌 바 있다. 뭉크는 모든 ‘절규’시리즈를 판지나 종이 위에 그렸는데, 캔버스보다 온도나 습도, 빛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북유럽의 문화 공간은 미래를 위한 기다림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 ‘북유럽 미술관 여행’은 다양한 문화 공간에 대한 안내를 넘어, 미래 세대를 위한 방향을 숙고하게 한다. 문화예술을 즐기는 휴식처이자 도시의 랜드마크, 그리고 더 나은 미래로 향하는 동행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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