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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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할머니와 서양 아저씨가
읍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제멋대로인 버스가
한참 후에 왔다
- 왔데이!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 말을 영어인 줄 알고
눈이 파란 아저씨가
오늘은 월요일이라고 대꾸했다
- 먼데이!
버스를 보고 뭐냐고 묻는 줄 알고
할머니가 친절하게 말했다
- 버스데이!
오늘이 할머니의 생일이라고 생각한
서양 아저씨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 해피 버스데이 투 유!
할머니와 아저씨를 태운
행복한 버스가
힘차게 떠났다

[감상] 절묘하다. 할머니의 사투리와 서양 아저씨의 영어가 버스정류장에서 스파크를 일으켜 버스 안에서 “해피 버스데이 투유!” 삶의 불꽃을 일으켰다. 누구나 인생의 정답을 찾는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 각자의 삶, 각자의 길, 각자의 선택, 각자의 인과(因果)만이 있을 뿐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쓴 빅터 프랭클은 말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자신의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그리고 우리의 반응에 우리의 성장과 행복이 좌우된다.” 할머니의 배려, 서양 아저씨의 친절이 ‘행복한 버스’를 만들었다. 서로 조금만 더 다정하게. 그리하여 인생을 즐겁게.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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