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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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성 조류 가운데 부엉이는 밤눈이 밝기로 유명하다. 사람이 볼 수 있는 빛의 100분의 1 정도에서도 사물을 정확히 식별한다. 이 때문에 부엉이는 모두가 잠든 밤에도 홀로 깨어서 진실을 볼 수 있는 지혜의 상징으로 묘사된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부엉이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의 상징이다. 아테나의 라틴 버전인 미네르바는 항상 어깨 위에 부엉이를 올리고 땅거미 지는 황혼녘에 산책을 즐긴다.

변증법으로 유명한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자신의 저서 ‘법철학 강요’에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들 무렵에야 비로소 날개를 편다’는 경구를 남겼다. 세상이 어둠에 휩싸이고 인간성이 사라져 가는 시대의 황혼녘이야말로 지혜와 철학이 본격적으로 필요할 때라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자유의 상징 '뉴욕 부엉이'

미네르바의 부엉이처럼 최근 뉴요커들에게 자유의 영감을 준 한 부엉이의 죽음이 화제다. 1년 전 누군가의 도움으로 동물원을 탈출한 뒤 뉴욕 도심에서 생활하며 주민들의 사랑을 받은 수리부엉이 ‘플라코(Flaco)’가 지난 23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났다. 센트럴파크 동물원에 갇혀 살던 플라코는 지난해 2월 2일 밤 누군가 파손한 보호망 사이로 탈출했다. 플라코는 동물원 직원들이 먹이와 다른 부엉이 울음소리 등으로 유인해 포획하려 했지만, 유혹을 이기고 센트럴파크 야생 생활을 선택했다.

플라코는 뉴욕의 주택 창가에 앉아 건물 안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건물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녀 뉴요커들에게 ‘자유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뉴욕타임스는 “작은 아파트에 사는 많은 도시민이 더 넓은 공간에 대한 욕구를 플라코에 투영했다”고 논평했다. 플라코는 ‘응원하고 싶은 약자’, ‘인생 2막을 쓰는 데 성공한 영웅’ 등 매력적 서사의 주인공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지혜의 상징’이라면 뉴욕의 부엉이는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운 ‘자유의 상징’으로 기억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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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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