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현역 모두 1차 경선 생환
물갈이 없는 무쇄신 공천 비판에
대구·경북 단수추천 후보 가능성
낙하산 공천땐 후폭풍 거셀수도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오른쪽)이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장동혁 사무총장.연합
국민의힘이 ‘시스템 공천’과 ‘조용한 공천’을 강조하면서 ‘현역 물갈이’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뒷말이 나온다.

당초 현역의원 하위 10%와 같은 지역구 3선 이상의 ‘험지 출마’ 요구 등 적어도 20~30%의 현역 물갈이가 예상됐지만, 26일 현재 지역구 253곳 중 절반 이상인 127곳에서 공천이 확정됐지만 컷오프는 한 명도 없는 상황이다.

다만 공천 신청 과정에서 탈락한 비례대표 2명과 친윤(친윤석열)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을 비롯해 김희국, 윤두현, 홍문표, 이달곤, 김웅, 최춘식 의원 등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 전부다.

이는 중진 다수가 지도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험지’로 지역구를 옮겼고, 전날(25일) 발표된 1차 경선 결과 지역구 현역들이 100% 승률을 보이면서 대다수 현역이 공천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 총선마다 되풀이된 ‘낙하산 공천’ ‘밀실 공천’으로 공천에서 배제된 현역 의원의 거센 반발이나 탈당이 없다는 점에서는 장점이지만 한동훈 비대위의 혁신이나 개혁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공천으로 향후 야당 후보와의 격돌에서 ‘흥행’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잡음 없는 안정적 공천’이 결국 현역 기득권을 지키는 ‘무(無) 감동·무 쇄신 공천’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와 관련 당 지도부는 “많은 분의 감동적인 희생과 헌신이 있어 가능한 것”(한동훈) “현역은 감산을 받고, 상대 후보는 가산을 받아도 신인이 현역을 못 이기면 그 신인의 본선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장동혁)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상대적으로 현역 물갈이(교체)의 극적 효과가 부각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남은 경선 단계에서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대구·경북을 비롯한 보수 우세지역에 시스템을 무시한 인위적인 단수추천 후보를 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당 지도부는 이날 서울·강남 등 우세지역에 ‘국민추천제’ 방식으로 후보를 추가 공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공천을 보류했거나 경선이 예정된 ‘영남 텃밭’에서도 흥행 효과를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공천=당선’으로 인식되는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에서 경선 결과와 다른 인물이 공천을 받을 경우 그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선거 막판 대통령실 인사 또는 당 지도부의 사심이 담긴 인사가 기존 예비 후보들을 제치고 ‘낙하산 공천’을 받으면 현역 물갈이 폭과 관계없이 공천 후폭풍이 거세게 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