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왜 2007년 수구 보수 세력에게 정권을 빼앗겼을까요? 진보 개혁 진영이 한마디로 혁신 결핍증에 걸렸다고 봅니다. 그것이 첫 번째 이유입니다.” 진보 언론 ‘오마이 뉴스’ 오연호 대표 기자가 이명박 한나라당에게 정권을 내준 이유를 나름 진단하고 묻는다. “‘당신들 그런 식으로 안 된다. 혁신해야 산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꽤 오래된 지적에도 불구하고 왜 변신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들도 이제 영주가 됐기 때문이죠. 이들이 과거처럼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는 겁니다. 386 운동권 출신도 선수(選數)가 쌓이고 당 고위 간부가 되다 보니까 자기가 갖고 있는 지분과 세력을 유지하는 데 급급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투사’가 ‘영주’로 변모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조국 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답을 이어간다. “영주는 왕에게 받은 봉토와 농노도 있기 때문에 왕과 맞서기보다 그냥 영주로 사는 것이 안전하고 편안하죠. 언제부터인가 영주처럼 사고하고 영주처럼 행동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책 ‘진보집권플랜’ 일부다. 민주당 공천 파문에 대입하면 아귀가 맞아떨어진다. 오늘을 예견하고 진단한듯하다.

민주당이 ‘비명 공천 학살’ 바람에 휘청인다. 공당의 공천심사는 객관적인 잣대로 엄정하게 이뤄진다고 믿어야 한다. 하지만 상황이 심상찮다. 그동안 이재명 대표 체제에 쓴소리를 하며 혁신을 외쳐온 비명계 후보들의 ‘횡사’가 눈에 띈다. 대신 ‘영주’ 역할에 만족하며 침묵해 온 후보들은 꽃가마를 많이 탔다. 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공천이 불공정하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다.

왕에 맞서기보다 ‘영주’로서 ‘복종 임무에 충실한 복무만이 안녕을 보장한다’는 소중한 선례를 만들었다. ‘원칙과 상식’의 민주당 이탈은 탁월한 선견지명이었고 조국의 ‘혁신하지 않아 정권을 내줬다’는 분석은 이제 시효가 소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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