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규 대구교대 명예교수
양선규 대구교대 명예교수

제겐 마흔 살 무렵이 큰 변곡점이었습니다. 마치 운명의 부름에 응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남들이 말리는 직장 이동을 했습니다. 결심을 굳히기 전까지는 여러 가지 생각이 있었지만 일단 마음을 정하니 신간이 편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는 풍전등화와 같은 신세였습니다. 겉은 멀쩡했지만 안으로는 하루하루가 힘들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창작도 학문도 인간관계도 다 힘들었습니다. 그 셋 중에 인간관계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때는 새로 만나는 사람마다 다 복병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네 친구가 곧 너다”라는 말을 신봉했습니다. 내 주변에 쓰레기가 많은 것은 내가 쓰레기이기 때문이라고 여겼습니다. 내가 겪는 이전투구도 스스로 진흙탕을 찾아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택한 것이 ‘내 몸 닦는 일 - 검도 수련’이었습니다. 검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검도 자체도 어려웠지만 검도를 하면서 만나는 여러 부류의 인간들도 어려웠습니다. 다만 그런 어려움이 세월이 흐를수록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게 검도 수련의 좋은 점이었습니다. 물론 검도 그 자체의 어려움은 한참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격렬하게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머리에 열이 올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때도 종종 있었습니다. 비슷한 부작용을 두고 문답하는 내용이 인터넷에 있어 큰 위로가 되기도 했습니다.


문: 명상은 어떻게 합니까? 눈을 뜨고 합니까, 감고 합니까?
답: 어느 쪽으로 해도 됩니다. 핵심은 마음이 안으로 향해져야 하며, 활발하게 추구해 들어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눈을 감고 할 때에는, 때때로 잠재된 생각들이 엄청난 힘으로 쏟아져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눈을 뜨고 할 때에는 마음을 안으로 돌리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마음의 힘이 필요합니다. 명상에 있어서 핵심이 되는 것은, 외부적인 인상을 받아들이거나 다른 일을 생각함이 없이, 마음을 그 자신이 추구하는 바에 활발히 집중해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 저는 명상을 할 때마다 머리에 굉장한 열이 나고, 그래도 계속하면 온몸이 타는 것 같습니다. 이것을 고치는 방도는 무엇입니까?
답: 두뇌로서 집중하면 열감(熱感), 심지어 두통까지 일어납니다. 집중은 서늘하고 신선한, 심장 안에서 해야 합니다. 긴장을 푸십시오. 그러면 명상이 쉬워질 것입니다. 밀고 들어오는 모든 생각들을, 긴장 없이 부드럽게 젖혀 버림으로써 마음을 안정되게 지녀 가십시오. 오래지 않아 성공할 것입니다.


나중에 마음이 좀 안정되자 주변의 쓰레기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쓰레기가 아니라도 살다 보면 운명처럼 쓰레기장에 내던져질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는 것이 꼭 현명한 생각이 아닐 수도 있었습니다. 쓰레기를 똑바로 분리수거 할 수 있어야 쓰레기 취급을 면할 수 있는 거였습니다. 마흔 넘어 대략 20년이 지나니 그런 분별이 왔습니다. 재활용이 가능한 것은 다시 손을 봐서 쓰지만 그렇지 못한 것들은 미련 없이 갖다버렸습니다. 그러자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습니다. 그때 ‘베인떼 아뇨스(20년)’라는 노래를 만났습니다. 유명한 쿠바 음악이었습니다. 유튜브를 찾아보면 유명한 가수들이 부른 ‘베인떼 아뇨스’가 여러 편 실려 있습니다. “당신이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내가 당신을 아무리 사랑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요/이미 지나가 버린 사랑의 기억을 이제는 지워야 하겠지요/한때는 내가 당신 인생의 전부였는데/이제는 잊혀진 존재가 되었군요…” 지워야 할 것은 지워야 합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고 20년이면 사람이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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