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 문학평론가
한정규 문학평론가

가을 어느 날 서해 대부도 가까운 곳 누애섬에서 동물들 노래자랑이 있었다. 제주도 조랑말이며 과천 대공원 당나귀, 강화도 선창 갈매기, 섬진강 수달, 완도 앞바다 갈치 등 전국 각지에서 수만 마리 동물들이 모였다. 시베리아에서도 까마귀가족들이 참석했다.

흑산도에서 개미도 참석하고, 진도 개도, 경상북도 상주에서 귀뚜라미도, 강원도 월정사주변 산토끼도 왔다.

그들 중에 매미와 귀뚜라미 꾀꼬리가 부르는 노래가 아름다웠다. 노래자랑이 끝나고 끼리끼리 모여 음식을 나눠 먹고 담소를 하는 자리에서 귀뚜라미 노랫소리에 대해 당나귀가 극찬을 했다. 그리고 귀뚜라미 넌 무엇을 먹고 살기에 소리가 그토록 아름다우냐? 묻고 감탄을 했다.

귀뚜라미가 난 이슬만 먹는다며 당나귀 너도 이슬만 먹어보라고 했다. 당나귀가 그 말을 듣고 자기도 귀뚜라미처럼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싶다며 그 날 이후 음식을 먹지 않고 밤이면 이슬만 받아먹었다.

하루 이틀 삼일을 굶던 당나귀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쓰러져 누었다. 죽을 지경이 됐다. 그런데도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겠다는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하루만 더 하루만 더 그러다 결국 굶어 죽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때로는 분수를 모르고 지나치게 욕심만 부린다. 그러다가 목숨까지 잃는 봉변을 당한다. 그것을 당나귀가 똑똑히 보여 줬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당나귀처럼 어리석은 짓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가끔 어리석은 짓을 하는 사람이 없지 않다.

문제는 능력도 없으면서 분수도 모르고, 90대 노인이 알프스산맥을 걸어서 넘겠다고 하기도, 헤엄칠 줄도 모르면서 아마존 강을 헤엄쳐 건너겠다고,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 잡겠다고 나서지를 않나, 능력도 되지 않은 사람이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대통령을 하겠다고, 시도지사를 하겠다고, 벽보 내걸고 표를 구걸하기도 한다.

당나귀보다도 못한 어리석은 짓을 하는 사람이 있다. 또 원하는 일이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남을 원망하기도, 또 단식을 한다며 남들이 보지 않게 적당히 물이나 음식을 먹으며 굶는 척, 그래서 인간이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한계를 넘기며 초인간처럼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단식기록도 세운다.

정치하겠다는 사람 중에,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을 해 보겠다는 사람 중에, 당나귀보다도 못한 짓을 하는 그런 사람이 있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기도.

또 때로는 서커스단에서나 볼 수 있는 짓을 하는 자가 있다. 그런 사람은 시도 때도 장소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보겠다고 행동도 말도 서슴지 않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적당히 끝내고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싱글벙글한다. 그런 사람을 보면 이상한 사람 같아 무섭다. 그런 사람보다는 차라리 당나귀가 낫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