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수 전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경북대의대 명예교수
이건수 전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경북대의대 명예교수

DNA 유전정보에 의해서 만들어진 아미노산의 연결체인 단백질은 종류에 따라서 특이한 3차원적 입체구조를 갖는다. 이러한 구조는 그 단백질의 역할에 따라서 대상이 되는 물질의 구조에 적절하게 접촉해서 자르고 붙이고 하는 작용을 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이렇게 될 수 있는 것은 각 구성 물질의 기본 입자 간의 임계거리에 의한 서로 밀고 당김의 거리에 의해서 결정된다. 우주의 형성에 있어서도 각 행성 간의 밀고 당기는 힘에 의해서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균형 잡힌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임계거리에 의한 물리적인 현상은 물질관계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의 정신세계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동성 간에도 자주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 반면에 보기도 싫은 인간(?)의 관계를 말하는데, 특히 이성 간에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만나는 것만으로 부족해서 손을 잡고 걷기도 한다. 그리고 결혼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거꾸로 한 쪽이 싫어지고 신체의 위협을 느낄 때에는 인위적으로 ‘50~100m 이내 접근금지’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 과거에 그렇게도 가까웠던 사이의 친구라도 오랫동안 떨어져서 보지 못하면, ‘out of sight, out of mind’ 라는 표현이 있듯이 시야에서 사라지면 마음도 멀어지게 마련이다. 한번은 동창회를 통해서 진짜 졸업 후 20년 만에 만났던 친한 친구가 있었다. 학창시절에 절친 이어서 너무 반가웠는데, 서로의 지나간 이야기를 5분간씩 하고 나니 그 다음에는 공통대화가 없어져서 금세 서먹한 관계로 변하게 되었으며 그 후로는 연락도 없게 되었다. 그래서 서로가 지척에 있으면서 공동생활을 하게 되면 더 친밀해지면서 ‘이웃사촌’이라고 부르게 된다.

이렇게 생존에 필수적인 각종 효소들과 호르몬들의 구성체인 아미노산은 DNA-RNA의 유전정보인 핵산 4개 중에서 3개의 조합(코돈; codon, triplet code)에 의해서 형성이 된다. 그런데, 하나의 아미노산을 이루는 유전정보도 많게는 6개의 다른 핵염기 서열로 구성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개의 아미노산 중에서 류신(leucine)과 아지닌(arginine)은 각각 UUA, UUG, CUU, CUC, CUA, CUG와 CGU, CGC, CGA, CGG, AGA, AGG의 서열로 똑같은 물질이 만들어지는 다양성(polymorphism)을 내포하게 된다. 그런 반면에 메티오닌(methionine)과 트립토판(tryptophan)은 각각 유일한 염기서열인 AUG와 UGG로만 만들어지게 되어있다. 여러 개의 다양한 코돈으로 만들어진 아미노산이라 할지라도 맡은 역할은 같으므로 이상이 아니고, 개체의 다양성이라고 표현이 되고 각 개체의 특성을 결정 짓는 유전인자가 되게 된다.

하나의 유전자는 하나의 효소를 만든다(one gene, one enzyme)는 이론으로 수많은 DNA은 결국 아미노산을 만들고 아미노산의 연결체는 단백질로 구성된 효소와 호르몬 등을 만들어서 생명체가 필요한 필수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햇빛과 공기(산소)를 제외하고, 생명체가 생존을 위해서 필수적인 6대 영양소로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질, 비타민, 무기물 그리고 물이 있다. 이 영양소들은 다 외부로부터 섭취해야 되는데 섭취한 그대로의 형태로 흡수되고 활용되지 않고, 흡수될 수 있게 잘게 분해되고, 활용되고 저장할 수 있게끔 다시 변형시키는 대사(metabolism)과정을 거치게 된다. 대사과정이란 세포내에서 섭취한 음식물을 에너지로 변하게 하는 화학적 반응을 말한다. 그런데 비만한 사람은 흔히 억울하게 생각을 한다. 자신은 살을 빼기 위해서 지방질은 하나도 먹지 않고 밥하고 물만 먹는데 뱃살은 늘어만 간다고 걱정을 한다. 그런 환자분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말로 ‘소는 초식 동물인데 쇠고기에는 많은 기름이 있지 않느냐?’고 이야기하면 쉽게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대사과정을 새로운 지방생성(de novo lipogenesis)이라고 하며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하거나 에너지 소모가 적어, 칼로리가 과다할 경우에 발생하게 된다. 더 진행하게 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칼로리 소모를 증가시키는 적절한 운동이 필수적이다.

인간은 지구상 모든 생명체 중에서 최고의 상위 포식자 지위를 오래 전부터 지켜오고 있다. 이 뜻은 모든(?) 생명체로부터 영양소를 공급받아 생존하게끔 이뤄졌다고도 설명될 수도 있다. 즉, 각 생명체를 이루는 특이한 영양소들을 포함해서 모든 물질들이 인간의 신체 장기의 구성성분이 되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은 평소에 접하지 않은 과거의 한 음식이 몹시 먹고 싶어지면 그 음식의 성분 중 아주 미세한 부분이 내 몸에서 부족해서 그렇지 않나 생각되어질 때도 있다. 봄이 되면 ‘춘곤증’이라고 해서 쉽게 피로를 느끼며 기력이 없어진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주변 가까이에서 보게 된다. 겨울철이 지나는 동안에 상대적으로 섭취가 줄어든 싱싱한 야채를 포함한 음식물들과 상대적으로 줄어든 일조권과 활동량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대화가 되어 한 겨울에도 하우스에서 재배되는 각종 야채와 과일 등이 이러한 문제점들을 많이 줄여 주고 있지만, 평소에 건강검진을 통한 빈혈과 비타민 부족 등을 점검해서 보충하는 지혜가 건강을 지켜주는 지름길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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