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할아버지처럼 뜻깊은 일을 하고 싶었어요"

장예진 양이 간호사를 응원하는 문구와 돈을 모았던 토끼 저금통을 들고 김미영 간호부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많은 어려움에도 끝까지 병원에 남아 환자를 지켜온 간호사 언니들을 응원하고 싶었어요.”

3·1절 맞아 고사리손으로 의료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간호사를 응원하는 한 독립운동가 후손이 화제다.

주인공은 일제 강점기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 의거를 주도한 경북 칠곡군 출신 장진홍 의사의 현손인 장예진(장동초·4) 학생이다.

장 양은 지난 27일 칠곡경북대학교병원을 찾아 박성식 병원장과 김미영 간호부장을 만나 간호사를 위해 사용해 달라며 31만 원을 전달했다.

장 양은 지난해 3월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손을 잡고 입장하고 만세삼창을 해 주목받았다.

기념식 참석 후 내년 3·1절까지 31만 원을 모아 고조할아버지처럼 뜻깊은 일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문구점에서 토끼 저금통을 구매했다.

장 양은 매일 1000원을 모으기로 결심하고 저금통에 ‘애국 토끼’라고 적었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연예인 포토 카드를 즐겨하는 친구들과의 만남까지 자제하는 노력으로 용돈을 아껴가며 저금통에 차곡차곡 동전을 모아 나갔다.

장 양 아버지인 장준희(칠곡군청 주무관) 씨도 수시로 토끼 저금통에 모인 금액을 알려주며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지역사회에 장 양의 아름다운 도전이 알려지자 김재욱 칠곡군수까지 응원하고 나섰다.

장 양은 초등학생으로 감당하기 어려웠던 유혹을 이겨내고 지난 15일 목표로 했던 31만 원을 모았다.

간호사들은 장 양이 쓴 “소리 없는 영웅 간호사 언니들을 응원합니다”라는 글귀를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 놓았다.

김미영 간호부장은 “사명감으로 환자를 간호하고 있지만 인간인지라 순간순간 지치고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어린 학생의 따뜻한 응원과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장 양은 “코로나 때부터 늘 고생하는 간호사 언니들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하루빨리 병원이 정상화돼 언니들이 조금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장진홍 의사는 대구형무소에서 일본인의 손에 죽는 것을 거부하고 만세삼창을 외치며 자결했다.

1962년 건국 공로 훈장이 추서됐으며, 칠곡군 왜관읍 애국 동산에는 순국 의사 장진홍 선생 기념비가 있다.

 

박태정 기자
박태정 기자 ahtyn@kyongbuk.com

칠곡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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