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공천 유감

“나 같은 바보가 보기에 이 사회에는 좌파니, 우파니 그런 거 없다. 좌파 특권층 우파 특권층과 그들의 노예들 뿐이다. 정치가 아니라 정신병이 있을 뿐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 세계의 노예는 쇠사슬에 묶여 있는 자가 아니다. 거짓말과 거짓말쟁이를 못 알아보는 자이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응준은 산문집 ‘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P237 민음사)에서 정치는 물론 이사회의 부조리를 선정적 언어로 지적하고 있다. 이 작가의 이런 정치 혐오성 발언에 대해 이른바 ‘TK(대구·경북)’,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는 지역민은 특별히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TK 유권자들이 보기에는 그 누가 여의도의 푸른 녹이 슨 청동 돔 아래로 가더라도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이응준의 언설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좌파니, 우파니 할 것도 없다. 오직 한 정당이 수십 년간 독식하고 있어서 총선 예비 후보들은 지역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기보다 중앙당과 남산 아래 용산 주변을 기웃거리며 줄 대기에만 힘을 쓴 것이 사실 아닌가.

이응준의 어법대로 하면 ‘TK에는 오직 우파 특권층과 그들의 노예만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중앙당이 뽑은’ TK 국회의원들은 그들 정치권의 말대로 ‘전투력’이 없다. 지금의 TK가 처한 상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TK는 수도권과 부산을 중심으로 한 양극의 국가 권력 지배구조 사이에 낀 회색 지대다.

TK 지역민은 그들의 거짓말을 알아채지 못했다. 아니, 그들은 아무런 공약도 할 필요가 없었기에 번지르르한 거짓말조차 할 필요가 없었다. 불나방처럼 총선 판에 뛰어들었던 정치 낭인들과 유력 후보에 줄 선 지방 의회의 의원들과 퇴직한 공무원은 물론 현직 공무원들의 꼴사나운 줄 대기로 지역엔 반목만 남았다. 잠시 얼굴을 내밀어 명함을 돌리고 공천장을 거머쥔 그들은 벌써 봄이 오는 서울로 떠났다.

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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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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