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만나요 표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유고 소설 『8월에 만나요』가 그의 사후 10주기인 3월 6일(마르케스의 생일)에 전 세계 동시 출간됐다.

민음사에서 펴내는 한국어판에는 마르케스의 두 아들이 쓴 「프롤로그」, 마르케스의 편집자 크리스토발 페라의 「편집자의 말」, 옮긴이 송병선 교수의 「작품 해설」과 함께 마르케스의 자필 교정 흔적을 볼 수 있는 「영인본 네 페이지」도 함께 실린다.

이 소설은 제목인 『8월에 만나요』가 암시하는 바처럼, 주인공 아나 막달레나 바흐가 자기 어머니의 기일인 매년 8월 16일, 카리브해의 섬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나는 결혼한 지 27년째가 된 남편과 아이들을 둔 평범한 주부다. 그녀는 어머니의 기일에 항상 글라디올러스를 사다가 어머니의 무덤에 바치고 하룻밤을 그 섬에서 묵고 온다. 매년 이어진 이 방문은 어느덧 일 년 중 단 하룻밤 동안 다른 사람이 되라는 거부할 수 없는 매혹적인 제안이 된다.

『8월에 만나요』는 규범이나 구속을 벗어나 자신의 삶을 마주하는 여성에게 바치는 마르케스적 찬가다. 흔히 남성 위주로 다뤄진 주제를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그를 그리워하는 독자들에게 이 작품은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남긴 뜻하지 않은 선물 같은 작품이 될 것이다.

“그녀는 매년 8월 16일 같은 시간에 같은 택시로, 그리고 같은 꽃 장수에게 꽃을 사고, 초라하기 그지없는 똑같은 공동묘지의 이글거리는 햇빛 아래서 어머니의 무덤에 신선

한 글라디올러스 한 다발을 놓기 위해 이 여행을 반복하고 있었다.” ? 19쪽

그리고 아나 막달레나 바흐가 이 여행에서 반복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그 해의 남자를 만나는 것이다. 그녀는 일 년에 한 번, 자신다움을 회복하고 자유로운 여성이 된다. 욕망에 맞게 머리를 하고 의상을 고르며 그간의 구속을 벗어던진다. 어느새 아나에게 그 하루를 잃어버리는 것은 일 년을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그렇게 아나는 자신의 욕망, 그리고 그로 인한 두려움을 마음에 품은 채 내면으로 여행을 떠난다.

「작품 해설」에서 송병선 교수는 “주인공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두 번째 아내와 이름이 같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무인도에 가게 되면 바흐의 음악을 가져가고 싶다고 여러 번 밝혔다.”며 “이 작품은 음악에 대한 경의”라고 밝혔다. 이처럼 매 여행은 음악과 함께한다. 처음 아나가 흰 리넨 옷을 입은 낯선 남자의 초대에 응하는 장면에서 은은하게 흐르는 음악은 드뷔시의 「달빛」이며, 세 번째 여행에서 예의 바른 청년과 왈츠를 출 때 흐르는 음악은 슈트라우스가 작곡한 경쾌하고 품위 있는 「황제 왈츠」다. 네 번째 여행에서 어릴 때 알던 남자의 집요한 제안을 거절할 때 흐르는 노래는 「베사메 무초」로 유명한 낭만적이고 격렬한 로스 판초스의 음악이다. 주인공은 음악가 집안에서 자라난 딸로 설정되어 있으며 음악들은 각 장면을 감각의 최고점으로 끌어올린다.

또 아나가 매번 여행을 갈 때마다 들고 가는 책도 소설을 보완한다. 첫 번째 여행에서 아나가 읽는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마르케스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작품 해설」)”이며 하룻밤 연인과 이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눈다. 유행하는 책을 혐오하는 그녀는 『노인과 바다』, 『이방인』 등을 읽고, 섬에 다녀와서 혼란스러울 때는 보르헤스와 비오이 카사레스, 오캄포가 편집한 『환상 단편 소설 선집』을 전혀 읽지 못한다고 묘사된다. 이처럼 마르케스가 사랑하는 책들에 대한 단서를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의 1장은 처음 1999년에 월간지 《캄비오》에 발표됐고 몇 년 후 3장에 해당하는 내용이 같은 월간지에 발표되었다. 당시 마르케스의 신작 집필 소식이 퍼지며 곧 출간될 소설에 대한 기대가 높았으나 결국 마르케스의 생전에 『8월에 만나요』 의 완성작은 발표되지 않았다. 2014년 4월 마르케스는 세상을 떠났다. 이 소설은 저작권사의 한 경험 부족의 직원이 작성한 출판 평가서에 의해 세상에 공개되지 않을 뻔했으나 그의 편집자 크리스토발 페라는 여러 번 이

소설을 읽고 출판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밝혔고, 마르케스의 두 아들은 심사숙고 끝에 마침내 이 소설을 출판하기로 결정했다.

작가의 유고작이 사후에 출간되는 것에는 언제나 논란이 있다. 불태워 달라고 했던 카프카의 작품이 막스 브로트에 의해 발표된 것은 유명한 사례다. 이 작품을 옮긴 송병선 교수는 「작품 해설」을 통해 “이 작품을 그의 대표작에 견줄 수는 없지만 그의 마지막 문학적 노력이자 작가의 마지막 말”이며 “(이) 소설을 읽지 않는 것은 『백년의 고독』의 마지막 장을 읽지 않고 건너뛰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의 편집자 크리스토발 페라는 그가 소설을 더는 작업할 수 없게 될 때까지, 여러 번 소설을 다듬었으며 그 증거로 마지막 판본, 그가 직접 ‘최종 완전 OK’라고 표시한 수정 5교의 네 페이지를 이 책에 소개하기도 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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