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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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는 맑은 성좌
땅에는 널브러진 피고름 역사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멀다
엉금엉금 기어가는

당신과 나의 바라밀다 까마득히

하늘에는 꽃이 피고
땅에는 꽃이 지고

[감상] 기상학적으로 봄은 일 평균 기온이 5도 이상 9일간 유지될 때 그 첫날부터를 가리킨다. 내게 봄은 그해 목련을 처음 목격한 날부터다. 매화도 산수유도 개나리도 진달래도 아닌 목련이 꽃망울을 터뜨려야 내겐 봄인 것이다. 해마다 목련을 보며 시상(詩想)을 가다듬는다. 그래서 내게 목련은 숫돌이다. 목련 숫돌! 저 순백의 숫돌에 겨우내 무디어진 상상력과 은유의 칼을 간다. 이선 시인은 ‘목련’ 옆에 ‘바라밀’을 갖다 놓았다. 바라밀(波羅蜜)은 산스크리트어 파라미타(Paramita)의 음역인 바라밀다의 줄임말이다. 피안(彼岸)에 도달하다, 깨달음(열반, 해탈)의 언덕으로 건너간다는 뜻이다. 시인은 왜 목련과 바라밀을 함께 썼을까? 봄을 알리는 순백의 전령사 목련은 ‘고귀함’, ‘부활’, ‘숭고한 정신’을 의미한단다. 목련은 차안(此岸)에서 피안(彼岸)으로 건너가는 중일까? 아니면 건너오는 중일까? 나의 ‘목련 숫돌’에 물어봐야겠다.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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