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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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밥 먹는 사람은 외로워서 강해 보인다

기억의 부력은 놀라워서 언제든 기어이 떠오른다
너무 오랜 낮잠으로 불어터진 얼굴을 짓이기며
스쿠터가 슬리퍼를 끌 듯 지나간 게 전부인 오후다

세계가 고요하면 긴장해야 한다

목련의 실핏줄이 아프게 터지는 계절인데
꽃말처럼 흩어지는 신파를 거두며
찻물이 끓는 동안 입술이 식혀야 할 이름이 있다

혼자 노래하는 사람은 쓸쓸해서 강해 보인다

[감상] 한 일간지에 따르면, 한국에서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지역은 서울특별시 관악구라고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2170만 가구 중 1인 가구는 750만 가구로 34%를 넘었고, 관악구에 사는 28만 가구 중 62%인 17만5000가구가 1인 가구라고 한다. 특히 신림동은 그 비율이 86%라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제 ‘혼밥’은 일상화가 되었다. 혼자 밥 먹는 사람은 십중팔구, 휴대전화 들여다본다. ‘혼밥 레벨’이라는 것도 있다. 가장 높은 레벨이 ‘술집에서 혼자 마시기’다. 의외다. 혼자 밥 먹는 사람, 혼자 술 마시는 사람, 혼자 노래하는 사람이 뭐 어때서. 외롭든 쓸쓸하든 그게 뭐 대수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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