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때 선수 출신 지도자 어미니 따라 입문
강인한 정신력+성실한 훈련 자세 최대 강점
"먼 목표보다 다가오는 대회 집중" 포부 밝혀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열린 2024 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에서 서민규가 국내 남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서민규 제공

“항상 꾸준하게 운동하고 노력하는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어요.”

단상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성취감보다 ‘이제 보답하는구나’라고 부모님과 코치 선생님을 먼저 생각했다.

대회 후 반나절만 휴식을 취하고 다시 빙판에 섰다. 새로운 점프를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신을 지배해서다.

피겨 국가대표 서민규(대구 경신고1년)선수는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열린 2024 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거뒀다.

‘전설’ 김연아 선수가 2006 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했지만 남자 싱글에서 우승한 한국 선수는 서민규가 처음이다.

서민규는 이번 대회에서 쇼트에서 80.58점으로 1위를, 프리에서 150.17점으로 2위를 차지, 합계 230.75점으로 정상에 올랐다.

프리에서 1위를 차지한 종합 2위 일본의 나카타 리오를 1.44점 차이로 제쳤다.

13일 대구 수성구청에서 서 선수를 만나 피겨 입문 과정과 대회 소감 등을 들었다.

그가 처음 피겨스케이트화를 신은 것은 4살 때다.

피켜스케이팅 선수 출신 지도자인 어머니 김은주 씨는 엘리트 선수를 목표로 하지 않았으며 사촌들과 함께 놀이터 삼아 같이 다녔다고 전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서 선수는 딱딱하고 차가운 아이스 링크장이 무섭기보다는 재미있었다고 돌아봤다.

계속 빙판에 오르고 싶다고 결심하면서 6·7살부터 엘리트 선수의 길을 걷고 있다.

김 씨는 자식이다 보니 자신보다 다른 교사에게 서민규를 부탁했다.

평소 친분이 깊어 어려서부터 서민규를 지켜봤던 김아영 코치가 본격적으로 나섰고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서민규는 “어린 나이였지만 피겨스케이팅이 너무 재미 있었다”며 “지금까지 해 놓은 것이 아깝다는 생이 들어 엘리트선수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피겨스케이트의 매력으로 다른 스포츠와 달리 4분 10초 동안 자신이 하고 싶은 연기를 할 수 있는 점을 꼽았다.

기술적으로 점프·스피니·런닝 등을 함께 표현하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빠른 속도로 기술을 익혀가던 12살에 처음으로 벽에 가로막혔다.

공중에서 두바퀴 반을 도는 더블 악셀을 연마하던 시점으로 당시 발목 부상까지 당하면서 더욱 힘든 시간을 보냈다.

어렵고 새로운 점프를 처음 시도할 때 조금 무섭기도 하지만 한번 성공했을 때 느껴지는 쾌감이 서민규를 더욱 강한 선수로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평소에 잘 되던 점프가 어느 순간 감을 잃어버리기도 하며 다시 감을 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김아영 코치는 그런 면에서 서민규가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어려운 점프라도 한번 성공한 뒤 감을 잡으면 좀처럼 흔드리지 않고 실수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매일 반복되는 훈련을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소화하는 성실함도 강점이다.

매일 하루 4~5시간은 빙상에서, 2시간은 지상 훈련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피겨선수의 목숨과도 같은 다리를 보호하기 위해 축구 등 다리를 사용하는 운동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배드민턴을 좋아하는 이유도 상체를 주로 사용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시니어와 주니어가 함께 피겨 국가대표로 구성돼 있다.

서민규는 서울 태릉실내빙상장 훈련에 한달에 2번 정도만 참가하고 나머지 시간은 대구에서 훈련하고 있다.

보통 지방에 있는 선수들은 서울로 전학을 가는 경우가 많지만 협의 끝에 평소 훈련은 대구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3주 정도 서울에서 생활했지만 이동 시간이 길고 훈련 환경이 아직 어린 선수에게 맞지 않아서다.

그렇다고 대구 훈련 환경이 좋은 건 아니다.

국제 규격이 나오는 대구실내빙상장은 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수성랜드 아이스링크장은 규모가 적다.

다행히 아버지가 직접 지상센터를 만들 정도로 열정적으로 나서면서 어느 정도 훈련이 가능하다.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트리플 악셀 이었다.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열린 2024 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에서 서민규가 국내 남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서민규 제공

다른 점프는 불안감이 없어 트리플 악셀만 성공하면 충분히 메달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표현력이 좋은 강점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손동작 하나하나 세밀한 부분을 살리는 표현법 훈련도 이어졌다.

쇼트에서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키며 자신감을 가졌으며 프리에서 2번의 트리플 악셀을 프로그램에 넣었는데 첫번째 시도 역시 깔끔한 성공이었다.

하지만 두번째 점프에서 실수가 나와 아쉬움을 남겼다.

서민규는 “첫번째 점프가 제대로 잘 이뤄지면서 순간 ‘됐다’라는 자신감이 들었다”며 “자신감이 과했는지 두번째 점프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우상이나 롤 모델을 찾기보다 자신의 경기 모습을 한번 이라도 더 살펴보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만큼 지금 시점에서는 자기 자신을 더욱 확실히 알아가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이 밖에도 김연아 선수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으며 같은 소속사에 속해 있는 만큼 조만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민규는 “앞 선수의 경기 내용과 관계 없이 흔들림 없이 자신의 경기에 집중하는 김연아 선수의 집중력을 가지고 싶다”며 “먼 목표보다는 점프 하나, 다가올 대회에 더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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