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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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가면 지평은 밝아오고
가문 땅은 빨리 물을 빨아들인다.
왜 사느냐 그것은 따질 문제가 아니다.
사는 그것에 열중하여
오늘을 성의껏 사는 그 황홀한 맹목성.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것은 자연의 섭리.
적설 밑에서도 풀뿌리는 살아남고
남쪽에서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온다.

마른 대궁이는 금년의 화초(花草)
땅속에서는 내년의 뿌리

[감상] 여섯 살 때 소아마비에 걸린 이후 70년 넘게 철제 산소통 안에서 살면서도 변호사, 작가,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면서 많은 이에게 희망을 줬던 미국인 ‘폴 알렉산더’가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는 “손이 움직이지 않아 누군가를 만질 수 없고, 누구도 나를 만지지 않아 절박한 외로움을 느낄 때가 많았다”면서도 “말하면서 눈물이 날 것 같지만 이 말은 꼭 해야겠다. 삶이란 정말 특별한 것이다. 조금만 참으라. 모든 게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즐겁게 사는 것 말고는 모두 헛소리다. “오늘을 성의껏 사는 그 황홀한 맹목성!”에 동참하자. 이러쿵저러쿵, 시시비비(是是非非)하지 말고!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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