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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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가 끝나면
식당 의자는
식탁에 올라
거꾸로
잠이 드네
비로소
네 발 뻗고
반듯한 꿈을 꾸네

[감상] 평일 내 루틴은 이러하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 뒤 운동 겸 산책으로 매일 만 보를 걷는다. 영일대에서 마장지를 돌아 여성아이병원 철길숲, 롯데백화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길 중간에 ‘학산 식당’이라고 닭요리 전문점이 있다. 현지인 맛집이다. 4인 테이블이 6개뿐인 작은 식당이다. 닭개장, 닭국수가 특히 맛있다. 어느 늦은 밤, 장사가 끝난 학산 식당을 지나다가 의자가 식탁에 거꾸로 올라가 있는 게 보였다. ‘식당 의자는 거꾸로 자는구나!’ 순간, 의자가 말을 걸어왔다. 나는 그저 식당 의자가 하는 말을 받아 적었을 뿐이다. 학산 식당 덕분에 시 한 편 썼다. 주말에 가서 많이 팔아드려야겠다. “반듯한 꿈을” 꾸는 튼튼한 식당 의자에 앉아서.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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