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철길 '과거·현재·미래 공존' 도시숲으로 태어나

철길숲 불의 정원 일원의 봄의 풍경
‘포항 철길숲’.

100년 동안 기차가 내달린 철길이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시민들에게 건강과 힐링, 행복과 여유를 선물하는 세계적인 도시숲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포항의 도심 한가운데를 100년 동안 가로지르는 철길이 있었다.

바로 시민들의 수많은 추억과 애환이 궤도에 새겨진 ‘동해남부선’ 포항 구간.

이 길을 따라 포항제철소로 출근하는 ‘산업역군’을 태운 국내 유일 기업 통근열차가 다녔었다. 또 해병대 입대 장병은 물론 옛 보릿고개 시절 해외에서 지원한 식량을 실어오는 길이기도 했다.

그린웨이 프로젝트를 통해 포항 철길숲을 조성하기 전의 모습(전)
철길은 지난 2015년 KTX가 새로이 개통되고, 포항역이 옮겨가면서 100년 동안 이어졌던 본래 임무는 마쳤다.

포항시는 이 폐철도 활용 방안에 대해 시민과 전문가 의견을 경청하며, 기차가 수시로 다녀 상대적으로 더딘 개발로 낙후됐던 공간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면서 ‘녹색 맥박’이 다시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포항 시민들의 큰 사랑은 물론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는 ‘포항 철길숲’이 탄생한 배경이다. 철길숲은 포항시의 녹색생태도시 조성 역점 시책 ‘그린웨이 프로젝트’의 대표사업. 이 프로젝트는 포항을 회색 철강도시에서 친환경 녹색도시로 변화시켜 누구나 살고 싶은 괘척하고 아름다운 도시로 변화시키기 위한 포항의 미래비전이다. 특히 ‘보행 중심의 탄소 중립 도시’를 만들기 위해 곳곳에 ‘걷기 좋은 길’을 만드는 것이 핵심 목표로 삼았다.

포항 철길숲(대잠고가교 일원) 조성전)
포항 철길숲은 도심 전역을 잇는 녹색 네트워크의 대동맥이자 생태건강도시의 척추로 사시사철 시민들의 삶과 때래야 땔 수 없을 정도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도시를 남북으로 길게 나누며 단절시켰던 철길이 ‘연결의 통로’로 변신했다. 또한 기차와 자동차에 내어준 길을 시민과 자연이 어우러진 쾌적한 힐링·여가 공간, 운동과 휴식을 즐기는 곳으로 환원하며 사람을 중심 가치에 둔 새로운 포항의 미래를 여는 대역사를 이뤄가고 있다.

철길숲은 우현동 유성여고~구 포항역~효자교회~유강정수장까지 포항 도심을 가로지르는 9.3㎞ 구간, 23만㎡에 이른다. 시는 철길을 따라 100여 수종, 30만여 그루에 이르는 다양한 꽃과 나무를 심었고, 산책로와 자전거길도 만들었다. 땅에서 배출된 천연가스에 자연스럽게 불꽃이 붙은 ‘불의 정원’을 비롯해 음악분수와 유아놀이숲, 조명, 운동기구 등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찾는 매력적인 곳으로 시민들의 삶 속으로 녹아들었다.

도심과 자연, 그리고 사람을 잇는 포항철길숲의 녹색 영역은 계속 넓어지고 있다. 1~3단계에 걸쳐 9.3㎞까지 확장된 철길숲은 최근 상생숲길 인도교 개통을 통해 형산강 남쪽 연일읍 중명리까지 지평을 확대했다.

‘포항 철길숲 상생숲길 인도교’는 2022년 준공된 길이 380m의 형산강 횡단 공도교와 포항 철길숲을 잇는 140m의 인도교로 강관거더교 형식의 교량으로 2023년 10월 개통됐다.

철길숲 조성과 연계해 포항 도심의 녹지 공간이 눈에 띄게 울창해졌다.

그린웨이 프로젝트를 통해 포항 철길숲을 조성하기 전의 모습(후)
포항시는 2017년부터 10년간 매년 200만 그루씩, 총 2000만 그루를 심는 생명의 나무심기 캠페인을 추진 중인데 2023년 상반기까지 1,769만여 그루를 심어 목표 대비 126% 초과 달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축구장 95개에 맞먹는 67만 여㎡ 녹지가 새로 생기는 괄목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회색빛 철강도시 이미지가 강했던 포항이 불과 수년 만에 도심 속 녹색벨트를 대거 확충하며 친환경 녹색 생태도시로 ‘대전환’에 성공한 것.

철길숲을 통해 도보와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산책을 즐기는 연인원은 11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루 평균 3만 명이 꾸준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인데 철길숲에서 15분 거리에 사는 시민이 시 전체의 43%인 21만 명에 달하며 접근성이 높은 것이 주요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매일 3만 명 이상의 많은 시민들이 포항 철길숲을 걸으면서 일상 속 필수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람이 몰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도시재생의 물꼬가 트여 철길숲을 따라 노후주택과 공터가 깔끔한 외관의 카페와 식당으로 변했고, 골목상권도 활기의 불씨가 뜨겁게 살아나고 있다.

이렇듯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철길숲은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아시아도시경관상, 산림청 모범 도시숲 등 국내외 녹색도시·경관 분야 평가에서 10관왕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도심 내 산업인프라 활용의 우수사례로 알려지며 국내외 기관단체의 벤치마킹도 끊이지 않고 있다.

포항시는 철길숲을 중심축으로 녹색 공간을 도시 전역으로 넓히고 있다.

먼저 철강공단과 가까운 지역을 중심으로 ‘해도도시숲’ 등 미세먼지를 차단하고 공해물질을 저감할 ‘미세먼지 차단 거점 도시숲’들도 차례로 만들고 있다.

특히 불법 경작 등으로 몸살을 앓던 미활용 학교 부지를 힐링공간으로 변화시킨 ‘양덕나무은행’을 비롯해 도시숲과 행정문화가 어우러진 시민 공간인 ‘북구청 신청사와 꿈트리센터’, 항공기 비행안전 고도 확보를 위해 절취한 산언덕을 생태 복원한 ‘인덕산 자연마당’ 등 창의·융합·혁신의 가치를 도시숲에 접목한 새로운 명소를 늘려가고 있다.

또 한 최근 접지와 지압 등 건강에 좋은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며 크게 각광 받는 맨발걷기 분야도 포항시가 2020년부터 ‘맨발로 30선’을 꾸준히 조성해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 맨발로는 송도솔밭, 흥해 북천수와 같은 도시숲과 흥해 형산강 둔치, 조박지 둘레길 등 수변공간으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포항시는 2024년 새해에도 철길숲으로 대표되는 GreenWay를 완성해 ‘걷기 좋은 녹색도시’로 나아간다는 계획이다.

핵심 비전으로 ‘탄소프리 보행도시-도심 그린로(路)’, ‘대한민국 최고 맨발로’, ‘산과 바다를 품은 쉼, 에코로’를 중점 추진한다.

먼저 철길숲을 중심으로 도심 곳곳을 연결하는 친환경 녹색 보행로를 더욱 늘리고, 시민들이 체감하는 생활숲과 산책로를 늘리며 도심하천 ‘학산천’을 부분 개통하는 등 ‘도심 녹색혈관’을 튼튼하게 확장한다.

또한, 전국적으로 호평받는 ‘맨발로’를 40선까지 확대하고 맨발 황톳길 조성과 맨발콘텐츠 확충 및 시민이 주도하는 맨발로 관리로 친환경 녹색도시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

아울러 울창한 산과 수려한 바다를 품은 도농복합도시의 장점을 살려 112㎞에 이르는 해안둘레길의 전체구간을 개통하는 한편, 소티재 구간 숲길 연결 보도교 설치 등 시민들 건강의 재충전하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다양한 둘레길을 완성해 나갈 계획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도시숲으로 대표되는 도심의 녹색 공간은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행복한 생활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숲길과 물길 등 시민 건강을 위한 길을 늘려 ‘친환경 생태도시’로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그 혜택이 시민들에게 돌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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