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명지대학교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학교 특임교수

국민연금 개혁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최근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 가지로 압축한 게 계기가 됐다. ‘1안’은 소득대체율을 40%(2028년 기준)에서 50%로, 보험료를 9%에서 13%로 인상하는 안이다. ‘2안’은 소득대체율(40%)을 그대로 유지하고 보험료를 12%로 올린다. 하지만 1, 2안에 대해 재정 고갈 우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렇다면 여타 OECD 국가들의 연금 상황은 어떤 상황이며,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연금 개혁을 추진하고 있을까?

고령화 추세로 연금이 고갈되고 있는 것은 여타 OECD 국가들도 마찬가지이다. 향후 30년간(2020년~2050년) OECD 국가의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평균 비율은 27%로 이전 30년인 1990년~2020년간 비율인 17%보다 10%p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 이후 기대수명 증가속도는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고령화는 연금재정에 장기적인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GDP 대비 연금지출도 증가한 것이다. 현재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공적연금지출은 평균 8.9%에서 10.2%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 기준 GDP 대비 공적연금 지출은 3.6%다. OECD 평균(8.9%)보다도 훨씬 낮고, 프랑스(14.5%), 독일(10.4%), 일본(9.7%)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현재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50년 경이면 GDP 대비 공적연금 지출 비중이 5.9%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런 과정에서 OECD 4개국 중 1개국 꼴로 연금수급연령을 기대수명과 자동 연계하고 있다. 덴마크, 에스토니아, 이탈리아는 기대수명과 연계하기로 결정하였고 핀란드, 네덜란드, 스웨덴은 기대수명 1년 증가마다 연금수급연령 8개월 늦추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네덜란드는 기대수명과 연계하여 기대 수명 1년 증가시 연금수령연령도 동일하게 1년 늦추는 제도에서 최근에는 8개월만 늦추는 것으로 조정하려 논의 중이며, 덴마크 역시 연계를 완화하는 방식을 논의 중이다. 이상에서 열거한 연금수급연령과 기대수명을 자동으로 연계하려는 움직임들은 연금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매번 불거지는 사회적 갈등과 불필요한 소요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나름의 원칙을 설정하기 위한 노력들이라 볼 수 있다.

다음으로 OECD 국가들은 연금수급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현재 OECD 국가들의 평균 연금수급연령은 2022년 은퇴자 기준 평균 64.4세이다. 하지만 여타 OECD 국가들 38개국 중 20개국이 최근 들어 연금수급연령을 66.3세로 늦추는 추세이다. 특히 연금수급연령을 크게 상향한 국가로는 덴마크는 74세, 에스토니아와 이탈리아는 71세, 네덜란드와 스웨덴은 70세까지 상향하였다. 참고로 이번에 논의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개편안의 경우 의무 가입 상한 연령을 현행 만 59세에서 만 64세로 상향하고, 수급 개시 연령은 현재 63세인데, 2033년이 되면 65세로 연장된다.

최저연금액 인상 등을 통한 고령자, 저소득층 보호 또한 확대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75세 이상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최저연금액을 인상하였다. 프랑스는 최저연금액을 최저임금의 85% 수준까지 인상하였다.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은 기초연금 인상을 추진 중이며, 칠레는 그간 일부 그룹에 중심을 둔 연금제도를 준 보편적인 제도로 변경하여 65세 이상 인구 중 빈곤층 60%에서 90%까지로 연금 적용 범위를 확대하였다.

납부기간과 보험료율 역시 적지 않은 변화가 있다. 스페인과 코스타리카는 연금계산을 위한 기준 납부기간을 각각 15년에서 25년으로, 20년에서 25년으로 확대하였다.

이상의 내용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듯이, OECD 국가들 거의 대부분이 당초 국민들에게 약속한 국민연금제도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변화된 인구구조와 시대적 상황에 맞추어 계속해서 연금제도를 개편하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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