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식 법무법인 수안 변호사
김명식 법무법인 수안 변호사

필자가 대형로펌에서 퇴사하고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좋아진 점 중의 하나는 여러 대외 활동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여러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큰 조직의 구성원이다 보니 누군가를 만난다거나 SNS에 글을 쓰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지금은 몇 개의 의미 있는 모임에 참여하여 자문 변호사로 활동도 하고 있고, 주변의 법률 상담 요청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줄 수 있어, 보다 가까이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최근에는 포항바이오기업협의회나 포항혁신살롱 등 포항에 근거지를 둔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회사들의 모임에서 자문변호사로 초대해 주셔서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모임에 참여하여 인사를 드릴 때마다 듣는 이야기가 ‘변호사님 만날 일이 없어야 하는데’이다. 변호사를 만나는 경우는 주로 법률 분쟁이 발생할 때이니,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필자는 이전 로펌에서 스크린골프 회사의 공정거래 사건을 담당한 적이 있다. 이 회사는 2000년에 설립되었고, 2006년경 개발한 시스템이 크게 성공하여 이후 스크린골프 업계의 독보적인 1위 회사가 되었다. 필자가 담당한 사건은 이 회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시정명령 등 처분에 대한 불복 소송이었는데,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회사가 점주들에 대한 프로젝터 끼워팔기, 이용료 징수 대행, 광고수익 미분배 등 5가지의 불공정거래행위를 했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이 당시 이 회사는 골프장 이미지 무단 사용으로 인한 IP 소송도 진행 중이었고, 점포 사이의 거리 관련한 가맹사업법 위반 문제도 공론화되어 있었다. 최종적으로 필자가 담당한 사건은 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 모두 잘못되었다고 판단하여 전부 승소를 하였고(판결 선고 직후 법무팀 직원이 법무팀장님께 전화하여 ‘오늘 소고깃집 예약하겠습니다’라고 말하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IP 소송도 골프장 측에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으로 협의되어 마무리되었으며, 가맹사업도 선택적으로 도입하면서 추가적인 법적 분쟁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이 회사가 이 당시 이렇게 여러 법적 분쟁에 휘말리게 된 것은 회사가 갑작스럽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에 맞는 법률 지원 조직이 갖추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회사가 갑작스럽게 성장하면서 그만큼 경영상 판단도 갑작스럽게 많이 하게 되었는데, 그러한 결정에 어떠한 법적인 이슈가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한 문제들이 누적되면서 나중에는 회사의 사업 구조 자체를 변경해야 할 정도의 법적인 이슈로 커졌고, 최종적으로는 잘 정리되었으나 그 과정에서 회사가 입은 피해가 상당하였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스타트업, 중소, 중견 기업들은 법률 지원 조직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당장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하고, 법률 비용을 반드시 필요한 비용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회사의 사업 구조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의 법적인 문제는 지금 당장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으나,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회사의 존립을 좌우할 정도의 큰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회사가 중요한 경영상의 판단을 할 때에는 반드시 법률적인 검토를 거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향후 큰 비용과 시간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변호사의 업무는 소송에 한정되지 않는다. 어떠한 결정을 할 때에 법적인 문제는 없는지, 그런 문제없이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대안은 없는지를 검토하고, 방안을 제시하는 것도 변호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법을 떠나서 사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변호사님을 만날 일이 없어야 하는데’가 아니라, 오히려 자주 변호사와 만나 법적인 문제를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법적인 문제로 고민이 되신다면 꼭 변호사와 미리 상의하시기를 권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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