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 주요 국가가 원자력발전(원전) 복귀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21일 EU 의장국인 벨기에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미국과 유럽, 한국 등 34개국이 참석한 ‘원자력 정상회의’를 열어 원전의 봉인 해제를 공식 선언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10여 년 만에 ‘친원전’으로 돌아섰다. 이들 국가는 원전이 넷제로(탄소중립·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를 가장 저렴하게 달성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라는데 뜻을 함께하고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날 원자력 정상회의에서 34개국은 기존 원자로의 수명 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 첨단 원자로 조기 배치 등을 위한 자금 조달에 유리한 환경 조성으로 그간 봉인돼 있던 원자력 에너지의 잠재력을 완전히 깨우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도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2일 ‘2050 중장기 원전 로드맵 수립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탄소중립 달성과 지속 가능한 원전 정책 방향, 수출 경쟁력 강화 대책, 소형모듈원전(SMR) 조기 상용화 등을 논의했다.

이 같은 국내외적인 원전 정책의 흐름에 맞춰 국내 원전 32기 중 절반인 16기(울진 10기, 경주 6기)가 있는 경북의 원전 산업 육성 방안 모색이 시급한 과제다. 경주에 한국수력원자력 본사가 있고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문무대왕과학연구소, 혁신원자력연구단지, 중수로해체기술원 등의 원자력 관련 주요 기관이 집결돼 있다. 울진에는 원자력 방재타운, 포항에 포스텍 원자력전문대학원이 있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원전 건설이나 관련 기자재 생산 등 원전 산업적인 시너지가 부족한 시설과 기관이 대부분이다.

원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경북이지만 국내 원전 기자재 업체가 집중돼 있는 창원·경남에 비해 관련 산업은 걸음마 수준이다. 정부가 올해 원전 일감을 3조3000억 원으로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경북으로서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경북도가 지난해 3월 ‘경북 원자력 르네상스’를 선포했다. 하지만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 생산성을 높일 원자력 제조업의 기반을 갖추지 않으면 원전 위험만 떠안을 뿐 지역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북도는 혁신형모듈원전(iSMR) 분야라도 특화된 기업을 한발 빠르게 유치해 원전 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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