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공화국’으로 불리는 경제력 수도권 집중 현상이 더 심해졌다. 경제성장률에 대한 수도권 기여율이 70%를 넘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생산과 소비에서 모두 심화했다. 역대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모두 실패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수도권 집중투자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입법 권력의 향배를 가르는 총선 정국에도 이를 완화할 여야의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이미 팽창될 대로 팽창돼 의원 수가 많은 수도권 표심 공략에 여야가 혈안이 돼 있을 뿐 비수도권은 안중에도 없다.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생산은 2015년 이후 전국 경제성장률에 대한 수도권의 기여율은 51.6%에서 70.1%로 커졌다. 이렇게 수도권 집중 현상이 깊어진 것은 반도체, 정보기술(IT), 바이오 등 성장산업이 서울과 경기도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비수도권은 자동차·조선·화학 등의 주력산업이 부진한 데다 청년층마저 대도시로 떠나 성장잠재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지역 특성에 맞는 선택과 집중으로 비수도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결말을 맺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도 여전히 수도권 몰빵 정책을 쏟아내 수도권 공화국은 더 급속하게 진행되게 됐다. 총선 열기 속에서도 정부가 추진해 오던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은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또 정부가 세제 혜택을 준다면서 추진하고 있는 수도권 기업의 지방 이전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어렵다.

정부는 오히려 예산 134조 원이 드는 초대형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수도권 블랙홀의 깊이와 넓이, 흡인력이 더욱 크고 강력하고 빨라지게 됐다. 정부는 이보다 앞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수도권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2047년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심이 돼 622조 원을 투자, 346만 개 일자리를 만든다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경기도에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주도로 600조가 넘는 돈을 쏟아부어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수도권에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방의 청년들이 모두 수도권으로 빨려들 수밖에 없는 블랙홀인 셈이다.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구두선(口頭禪)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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