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대통령은 딱 한 사람에게 감정이 있다.” 2011년 1월.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해 여당인 한나라당 최고위가 ‘부적격’ 결정을 내린다. 이 ‘반란’으로 정 후보는 낙마한다. 청와대가 안상수 대표를 겨냥해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예정된 만찬이 전격 취소된다.

민주주의의 절차적 본질은 주권자인 국민의 뜻이 효율적으로 정치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어떤 경로가 가장 효율적일까. 수 세기에 걸친 실험 끝에 ‘정당’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정당은 심판받는 조직이다. 국민의 뜻을 제대로 수렴하고 실행하고 있는지 정기적이고 또 집요하게 평가받는다.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운명이다. 대의민주제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정당이 중심이 되는 정치, 곧 정당정치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서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민주화 바람이 거셌던 1987년 체제 이후에도 여당의 위상은 늘 흔들렸다. ‘당정일체’와 ‘당정분리’ 실험 모두 폐단을 드러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헌정 사상 첫 당정분리 실험은 노 대통령 탈당으로 막을 내렸다. 당정 일체는 정당의 자율성 확보와 민의 수렴이 제한적이라는 문제를 노정하며 여당에게 아킬레스건이 됐다. 따라서 ‘당정 디커플링’ 시그널이 때로는 강력한 여론의 지지를 받는다.

대통령실의 퇴진압박까지 받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최근 정부 정책에 강공을 펼치면서 선거 국면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 강 대 강 대치를 벌여 온 이종섭 호주대사와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건에서는 사실상 정부를 굴복시켰다. 정부가 ‘후퇴 없는 강공’ 드라이브를 건 의정갈등도 그가 뛰어들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여당도 표를 먹고 산다. 어쩔 수 없다. “집권 여당이라도 정부와 일정 강도의 긴장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정당정치 작동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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