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균 대구광역시 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
박동균 대구광역시 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

지난해 5월 대구에서는 귀가 중인 20대 여성을 스토킹한 후 원룸에 따라 들어가 흉기로 위협한 후 성폭행을 하려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수년간 배달원으로 일하면서 원룸에 들어가는데 별다른 제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혼자 사는 여성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 이어서 경기도 의왕시에는 20대 남성이 엘리베이터에서 20대 여성을 수차례 폭행한 뒤, 성폭행을 시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작년 7월에도 50대 남성이 20대 여성 1인 가구의 집에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닭꼬치와 메모를 남기고 갔는데, 그 메모지에는 친구가 되고 싶고, 맥주 한잔 하자는 내용이었다. 두려움에 떤 여성은 경찰에 신고했고, 50대 남성은 체포되었다.

이와 같이 남성보다 신체적으로 힘이 약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계속 증가하고 있고,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에는 혼자 사는 여성이 많아지면서 여성 1인 가구의 안전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국가의 정책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1인가구 밀집지역은 연령대와 생활 패턴 등에 따라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 20대 여성 1인가구는 대학 근처에 비교적 저렴한 기타 주택에, 30~50대 여성은 임대료가 비싼 아파트나 주택에 많이 거주하고 있고, 60세 이상은 지하철과 대학과는 거리가 멀고 상업시설이 적은 지역에 주로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여성 1인가구 밀집 지역은 이와 같은 유형을 구분하지 않고, 다른 지역에 비해 교제(데이트)폭력, 성폭행, 스토킹, 주거침입범죄 등 여성대상 폭력범죄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세대별로 보았을 때, 각 세대별 1인 가구 여성의 범죄피해 발생률은 2인 이상 가구 여성보다 높았고, 범죄에 대한 두려움 수준도 1인가구 여성이 2인 가구 여성 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는 2021년부터 여성 1인 가구 등 범죄 취약 가구에 대해 세이프 홈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가 전국 최초로 시작한 세이프 홈 지원사업은 대구시 각 구 ·군, 대구경찰청과 공동으로 직접 추진하는 물리적 환경개선 사업이다. 주거 취약 가구에 문 열림 센서, 가정용 CCTV, 스마트 초인종 등 안심 홈 세트 등을 주거 상황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최근에는 여성 1인 가구에만 지원하던 것을 법정 한부모가구, 범죄피해자 가구 등 주거 안전 취약 가구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예산 규모는 2억 원으로 700여 가구에 지원이 가능하다. 대구시 자치경찰이 시행한 주요 사업 가운데 ‘세이프 홈 지원사업’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자체 조사됐다. 실제로 여성 1인 가구 거주 여성들의 범죄에 대한 불안감 해소와 안전한 주거환경에 많은 효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는 2020년부터 ‘여성 1인가구 안전환경조성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 일환으로 매년 여성 거주비율이 높고 범죄 발생 건수가 많은 지역을 선정해 범죄 예방을 위한 환경개선을 실시했다. 2021년에 북구 태전동 대학가 주변에 여성이 안전한 골목길 1호인 ‘샛별로’를 조성했으며, 달성군 화원읍 어린이공원 인근에 여성이 안전한 골목길 2호인 ‘초롱길’을 조성했다. 또한 대구달서경찰서는 여성 1인 가구 비율이 27%가 넘는 월성2동 주택가를 이른바 ‘은하수길’이라는 안심 귀갓길로 조성했다. 특히 밤늦은 시간 여고생들이 많이 다니는 구간에는 태양광 LED 안내판 17개를 집중적으로 부착했다. 이곳이 안심귀갓길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안내판 11개를 부착했고,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비상벨도 곳곳에 설치했다.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는 앞으로도 대구경찰청, 교육청, 구·군, 병원 등과 협업해 스토킹, 데이트 폭력, 성폭력 등 범죄피해자 가구도 선정해 맞춤형 범죄예방 교육 등으로 추가 범죄예방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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