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하고 그를 부를 때에는
우리들의 입속에서는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바람이 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몸을 흔들까요.
소나기가 오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또 몸을 통통거릴까요.

그러나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풀잎’하고 자꾸 부르면,
우리의 몸과 맘도 어느덧
푸른 풀잎이 돼 버리거든요.

[감상] 올해 개교한 어느 신설 학교로부터 교가 작사 의뢰를 받았다. 고민 끝에 수락했고, 여러 학교의 교가를 살펴보는 중이다. 7, 80년대식 교가 가사의 가장 큰 특징은 학교가 위치한 지역의 자연환경이 반영된다는 점이다. 2000년 들어 이색 교가도 많이 만들어졌다. 서울우솔초등학교 교가에는 랩이나 구호가 들어간다. 리라초등학교 교가는 “공부 잘해 성적도 제일 높이 올리리라, 운동 잘해 기록도 제일 높이 올리리라”라는 가사를 갖고 있다. 교가 작사 참고자료를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시가 박성룡 시인의 ‘풀잎 2’이다. “‘풀잎’, ‘풀잎’하고 자꾸 부르면 우리의 몸과 맘도 어느덧 푸른 풀잎이 돼 버리거든요”라는 시구처럼 싱그럽고 아름다운 교가가 모쪼록 내게 와줬으면 좋겠다. <시인 김현욱>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