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 "1인당 1천만원 상향"
에기평 "만연히 법적 책임 부과"

“1인당 보상액 1000만 원으로 상향 vs 과실 없다”

오는 4~5월쯤 시작이 전망되는 포항지진 정신적 위자료 소송 2심 변론기일을 두고 벌써부터 법리 다툼이 치열하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하 에기평)과 변호인단이 각각 의견서와 항소 이유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공방은 이미 시작됐다.

2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에기평은 지난 2월 29일 대구고등법원 제1민사부에 의견서인 ‘준비서면’을 제출했다.

우선, 에기평은 1인당 300만 원을 보상하라는 1심(원심)의 근본적인 문제가 사후적으로 지진의 발생 원인 등을 분석한 조사, 편의적으로 발췌한 일부 내용에 관리·감독 기관인 산업부와 에기평에게 만연히 법적 책임을 부과했다고 제기했다.

불법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과실 판단을 해야 한다는 불법행위법의 기본 원리에 어긋나는 판단으로 ‘후견 편향’(Hindsight bias) 내지 ‘결과론적 편향’(Outcome bias) 함정에 빠졌다는 취지다.

1심은 사후적으로 보면 과제(지열발전)와 지진 발생 사이 연관성이 있다고 언급했을 뿐 촉발지진을 예견·회피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 자체를 누락했다는 점도 짚었다.

즉, 과제 수행 당시 기준으로 지진 발생의 일반적 개연성이 없었기 때문에 상당인과관계도 충족되기 어렵다는 핵심이다.

과제 수행으로 인한 ‘유발지진’이 아닌 ‘촉발지진’을 예견하고 회피할 수 있었는지 손해배상책임 성립요건인 △에기평 내지 산업부의 위법행위 △부작위와 손해 발생 사이 인과관계 △책임 범위를 판단함에 있어 반드시 1심에서 심리가 이뤄져야 했다는 반박이다.

반면, 보상 대상인 포항시민 소송을 주도하는 변호인단은 1심 위자료가 2심에서 대폭 상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진 전문가인 부산대학교 이광희 교수 증언 중 “본건 지진 진원지로부터 포항시 전역에 미치는 진도(지진의 각 개인에 대한 체감지수)는 그 수치가 6정도로 균등하게 느낀다”라는 부분에서 포항시 전역에 해당하는 정도라면 그 체감지수가 매우 균일하다는 점을 밝혔기 때문에 손해 배상액 산정에 충분하게 고려돼야 할 요소라고 항변했다.

특히 포항지진으로 인해 포항시 전역 모든 건물은 심한 내부적 손상을 입은 상태이어서 건물 노후화 현상이 급격하게 빨라질 것으로 사료되며 모든 건물 수명이 적어도 5년 이상은 단축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지진 특별법으로 인해 4939억 원의 지원금을 받았지만 해당 금액은 턱없이 부족한 것임에 따라 보이지 않는 재산적 손해 부분도 위자료 산정에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이미 1심에서 변호인단이 1인당 1000만 원 보상을 피력한 만큼 당초 의견이 반영되기를 촉구한다는 취지다.

법조계는 에기평이 정부 기관은 아니지만 정부로부터 위임받아 행정청과 동일한 위치에 있다는 1심 판결 내용을 토대로 ‘공무수탁사인’(국가나 지자체로부터 공권을 부여받아 자신의 이름으로 공권력을 행사하는 사인이나 사법인) 지위라고 법적 해석을 내놓았다.

2심 공방서 전망되는 주요 쟁점은 포항지진의 자연력 기여분 언급 여부, 국가가 부담할 보상액의 타당성, 포항을 지열발전부지로 선정한 과실 여부 등이다.

지난 3월 11일에서 13일까지 스페인 팔마에서 개최된 유발지진 워크숍에서도 나온 학회 주류 의견 중 하나인 물주입이후 지진(post-injection seismicity)은 물주입시보다 물주입 수개월 이후에 발생하는 지진 규모가 큰 것이 통상적이고 그 원인에 대한 여러 가지 모델들이 발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향후 2심 반영 여부도 귀추가 주목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재판은 법리 싸움도 중요하지만 여론 형성 부분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진다”며 “지역 정치인과 시민들의 의중이 모여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황영우 기자
황영우 기자 hyw@kyongbuk.com

포항 북구지역, 노동, 세관, 해수청, 사회단체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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